변종 개점 1년새 6배 증가
  • ▲ 유통법, 상생법이 통과된 후 서울에서 SSM매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상계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양호상 기자
    ▲ 유통법, 상생법이 통과된 후 서울에서 SSM매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상계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양호상 기자

    국회가 기업형 슈퍼마켓 (SSM) 과 대형마트로부터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겠다며 마련한 유통법과 상생법이 잠을 자고 있다.

    대기업들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개점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오전 7시. 서울 상계동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유통법과 상생법이 통과된 이후 SSM 매장이 서울에 처음 문을 연 것이다.

    이로써 지난 9개월간 SSM 점포를 열려는 대형 유통업체와 이를 저지하려는 지역 주민 사이에 계속돼온 신경전은 결국 업체의 한판승으로 끝이 났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월 25일 매장 간판을 달겠다는 신청서를 노원구청에 냈다. 이후 노원SSM대책위 상인들은 밤을 새워가며 입점을 막았다.

    하지만 31일 오전 6시쯤 대책위 40여명이 물건을 싣고 나타난 5t 트럭을 막는 사이 업체는 재빨리 상가 1층에 간판을 달았다.

    상계동 매장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에서 사업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홈플러스 측은 주민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하자 곧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바꿔 입점을 재추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일시정지 권고는 구속력이 없는 행정조치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상생법의 허점이 드러났다. 상생법은 SSM 직영점뿐 아니라 대기업 투자지분이 51%를 넘는 위탁형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51% 이하라면 손을 쓸 수가 없다.

    홈플러스 홍보실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51%를 투자하는 모델을 개발해 구청에 영업신고를 했다. 중소기업청의 유권해석도 받았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달부터 전통시장 반경 1Km이내에 대형마트와 SSM이 입점할 수 없도록 유통법을 강화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1Km만 벗어나면 개점을 묵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회는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유통법 상생법을 강화했지만 대기업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말 법이 통과된 이후 지난 8개월간 대기업들이 새로 문을 연 SSM은 122개, 누적으로는 1천 개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기업 SSM은 1년동안 16.6% 증가한 반면 대기업 지분이 50% 미만인 위탁가맹점 형태는 575%가 늘어났다.

    ‘변종’ 개점이 1년새 6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사업조정신청을 회피하기 위해 가맹점 형태의 SSM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실상 대기업 소유의 SSM인 위장가맹점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서는 GS25, 패밀리마트, 롯데마켓999 등 무늬만 편의점 형태로 편법 개점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피자가게 곧 개점’ 등의 현수막으로 위장한 후 SSM을 개점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변종가맹점이나 기습개점, 위장공사 등 사업조정제를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대형유통업체의 SSM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입점을 위해 국세청 사업자등록, 관할 지차제의 허가를 신청할 경우 이를 광역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해야 하는 등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