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임기 중 전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장학재단 청계(淸溪)가 본격적인 활동 채비를 갖췄다. 청계는 지난달 20일 재단 등기절차를 완료했으며 9일 등기부를 받았다.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는 기부의 뜻을 실천할 조그마한 사무실도 마련됐다. 영포빌딩은 이제 장학사업을 위한 재단의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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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호 재단법인 청계 이사장 ⓒ 뉴데일리
    9일 뉴데일리가 만난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따뜻했다. 세간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까다로운 임무를 맡은 송 이사장은 "내가 원해서 한 것이라기보다 이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이니까 관리 잘하라'는 뜻으로 시킨 것 아니겠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송 이사장은 치열했던 지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대중(DJ) 정부 시절에는 법무장관을 지냈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그는 DJ의 3남(홍걸)과 차남(홍업)을 한달 건너 구속시켰다. 그는 "인간적인 도리와 장관으로서 해야할 임무 이런 사이에서 숱한 고뇌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본연의 임무에 따라 그 일을 마무리한 후 장관직을 떠났다.

    송 이사장은 "국민이 바라는 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전히 의심을 품고 쳐다보는 일부 세력의 시선에 대해서는 깊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송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사랑, 봉사, 나눔이 기초적인 신념과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된다' '돈이 없어서 공부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소신에 의한 것"이라며 "선의는 선의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탈세 목적이라고 주장한 곳도 있었고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는 곳도 있었다"면서 "자꾸 왜곡된 시각으로 보려하니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대통령 재임 중에는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송 이사장은 "현직 대통령이 만든 재단이 후원금을 받는다면 누가 순수히 보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일해재단처럼 되면 안되지 않겠나"면서 "처음 추진하면서부터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계는 당장 내년도 새학기부터 장학금이 지급되도록 연말, 연초 대상자와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우선 대상자는 국가유공자와 독립운동자 자녀, 새터민,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이다. 송 이사장은 "여러 기관으로부터 추천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며 내년 새학기 이전에 장학금이 지급되도록 할 것"이라며 "새학기에 필요한 학생이 새로운 공부를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게되는 학생들이 혹시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송 이사장의 고민은 크다. 그는 "공부를 잘해서 받는 우수장학금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사정이 어려워 받게 되는 장학금은 다르지 않겠나"면서 "학생들을 불러모아 사진을 찍는 등 외부에 나타내는 것은 조심스럽다. 본인도 모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학생들의 자존심과 인권을 배려해 제3자에게 알려지지 않고 학교와 재단만 아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이사장은 재단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인터넷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그는 "지금 개설중인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상자 추천도 받고 재단 운영상황을 공개할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운영을 잘했으면 칭찬받을 것이고 못하면 충고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이사장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송정호 재단법인 청계 이사장(가운데)이 지난 7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재산 기부방안과 절차 등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재단 설립까지 이 대통령 한 마디도 간섭 안해"

    △ 재단 설립은 완료됐나.
    ▲ 8월 20일경 법인설립 허가가 떨어졌고 이후 등기가 완료됐다. 출생신고가 된 것이다. 등기부는 오늘(9일) 올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언제라기 보다 이달 초 완료된 것이다.

    △ 현직 대통령이 거의 전재산을 기부한 재단을 관리하게 됐다.
    ▲ 내가 원해서 한 것이라기 보다 당신이 믿을 수 있는 사이니까, 재산도 재단소유니까 관리를 잘해라 한 것이다. 왜 맡겼을까 생각해보니 결국 이 대통령의 철학을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래도 왜 맡겼느냐고는 안여쭤봤으니까 모르겠다. 다만 믿을 만하니까, 이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을 잘아니까 그것을 실천하도록 한 것으로 본다.

    △ 이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이란 것은 뭘까.
    ▲ 이 대통령은 '사랑'이 강하다. 또 '봉사'와 '나눔'이다. 사랑이 있으니까 그것을 베풀고 봉사하는 것이다. 사랑, 봉사, 나눔이 기초적인 신념이라면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된다' '돈이 없어서 공부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소신도 갖고 있다. 이 대통령도 어렵게 공부했다. 자기의 경험이 바탕이다. 공부 안하면 가난을 대물림하게될 가능성이 높지않나. 또 돈이 없어도 공부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공부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사정이 어렵다고 안했다면 이런 큰 분이 될 수 없었겠죠.

    △ 송 이사장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 초등학교 3학년 때 6.25가 났다. 부모님은 부산으로 피난갔고 나는 고향인 전북 익산 시골에서 할머니 슬하에서 공부했다. 부산에 간 아버지가 돈을 벌어 보내줄 상황은 못됐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더 어려워졌고. 학교에서 등록금을 못내 쫓겨나는 처지를 겪으며 공부했었다.

    △ 이 대통령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 학교(이 대통령과 송 이사장은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다닐 때는 몰랐다. 이 대통령은 상대를 다녔고 나는 법대를 다녔으니. 졸업한 뒤 나는 검사가 됐고 이 대통령은 현대라는 기업으로 가면서 자주 만날 기회는 없었다. 동기니까 자연스럽게 만나면 곧바로 가까와질 바탕은 돼있었다. 그러던 중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0년쯤 지난 뒤부터 만남이 시작됐다.

    △ 재단 설립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당부나 주문은.
    ▲ 전혀 없었다.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실현해달라는 것도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신념 철학을 실천하는 쪽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좋은 일을 하는데 괜히 우리가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은 모두 가졌다. (재단 추진) 초기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다. 7월 재산기부를 공식발표한 후에도 이 대통령은 한마디도 없었다. 당시 설립취지서를 직접 작성한 것이 전부다.

    "사람들이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선의,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 재단 설립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선의를 존중해달라"는 말을 했었는데.
    ▲ 사람들이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정치적으로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이었다.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순수하게 안본다는 뜻이 아닌가.  말도 하기 싫지만 시작 당시 여러 시민단체의 논평 일부는 나쁜 의도가 있는 양 이야기했다. 탈세 목적이라고 주장한 곳도 있었고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도 않은데. 회사 돈으로 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순수한 재산을 내놓은 것 아닌가. 만약 절반을 세금으로 내면 160억원은 남는다. 그런데 331억원을 다 내놓은 마당에 '탈세'라는 주장이 말이 안된다. 자꾸 왜곡된 시각으로 보려하니 그런 것이다. 선의로 봐야한다.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

    △ 대통령 임기중에는 기업 등 외부의 후원받지 않겠다고 했다.
    ▲ 오해의 소지때문이다. 대통령이 있는데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체 재산으로만 운영할 것이다. 일해재단처럼 되면 안되지 않나. 좋게 생각하면 순수히 기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만약 (권력의) 압력이 들어간다면 (받는 쪽은) 도대체 얼마를 후원해야할 지부터 고민하지 않겠나. 워렌 버핏이 빌 게이츠한테 희사하는 것처럼 좋은 뜻으로만 받아들여진다면 좋겠지만, 현직 대통령이 만든 재단이 후원금을 받는다면 누가 순수히 보겠나. 그래서 처음 추진하면서부터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는 것이다.

    △ 기부재산은 대부분 건물이다. 약 11억원의 연간 수입이 예상되는데.
    ▲ 우리나라에 재단이 많이 있지만, 330억원 규모의 재단은 전체 20등안에 드는 큰 재단이다. 장학사업에 모자라지 않느냐는 지적은 얼마나 커야 한다는 전제를 놓고 하는 말이다. 재산 범위내에서 최대한으로 혜택이 가도록 할 것이다. 331억원은 아주 큰 규모다.

    △ 장학사업 대상이나 규모, 그리고 선정기준은 뭔가.
    ▲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학자금이 없지만 고등학교는 연간 200만원가량 들어간다. 여기에 교복, 급식비도 부담이다. 초.중.고 비율에 따라 대상자수는 달려있다. 대상기준은 국가유공자와 독립운동자 자녀, 새터민,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 등을 우선 순위로 한다. 또 선정된 학생을 다음 학기에 바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1년, 더 나아가서는 1학년이라면 졸업해야할 때까지 지원돼야하지 않겠나. 상급학교까지 일관성있게 지원하는 재단도 있다. 무엇보다 대상학생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개개인의 사정에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 학교나 교육청, 보훈처, 상이군경회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하게 될 것이다.

    "재단 운영은 투명하고 공정하게…대통령 철학 실천할 것"

    △재단 운영에 있어 투명성에 대한 의심이 존재한다.
    ▲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것이다. 재단이사진에는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도 있고 사위도 있다.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서 하는 만큼 법에서도 재단이사의 20%까지는 설립자 본인을 비롯해 특수관계자가 들어갈 수 있다. 그 뜻은 학교를 세워도 건학이념이 있듯 재단 설립자의 이념을 실천하라는 것이 아니겠나. 이런 좋은 재단을 세웠는데 세운 분의 철학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수관계자가 들어가는 것은 그 이념을 보다 가까이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정치단체라면 시비대상이 될 지 모르겠지만 순수 장학복지재단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재단의 운영상황을 올려놓으면 국민들이 볼 수 있다. 잘 했으면 칭찬받고 못했으면 충고도 받아야 한다. 또 학생들 추천도 받을 것이다.

    △ 재단이사로 이 대통령 사위도 참여했다.
    ▲ 사위(이상주 변호사)가 검사출신 변호사인데 부모님이 다 교육자로 정년을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장학사업에 대해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다. 사위가 아니라도 당연히 해야할 사람이다.

    △ 개소식은 따로 하나.
    ▲ 해야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의하는 중이다. 떠벌일 일이 있느냐는 의견도 있고 대내외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부인 김윤옥 여사나 가족들이 섭섭해하지 않았을까.
    ▲ 여사는 성품이 참 훌륭하고 신앙이 두텁다. '모든 재산은 내 것이 아니고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면(베풀면) 또 하느님이 주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섭섭하다든지 하는 생각이 전혀없다. 채워준다는 것은 꼭 물질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다.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가야하는 길이라는 생각과 각오를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