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매너중의 매너 '식탁 매너'

    국기업---신입사원 선발의 매너 체크 방법

    대인관계, 팀워크, 구두발표력, 인내력, 감정조절 능력...세계 일류기업들이 요구하는 인간형은 이런 능력들을 균형있게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업들은 이런 능력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활동 소개서등을 살펴보고 일차 판단을 하지만, 기업들은 서류 심사로 뽑은 사람들을 호텔에 합숙시켜 가며 종합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약 일주일정도 진행되는 합숙 테스트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심사담당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공동생활에서 나타나는 인간 됨됨이를 보는 것입니다. 지원자 한사람마다 심사담당자 2명을 붙입니다. 이 2명은 입사 5년차 정도의 젊은이들입니다. 젊은이들끼리 생활하면서 식사, 잠자리, 개인행동은 물론 스포츠나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토론하면서 매너등을 일일이 점검하여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일주일 동안에 지원자들의 모든 것이 남김없이 몽땅 드러나게 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테스트는 없을 것입니다.

    이때, 지원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매너입니다. 매너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몸에 익힌 가정교육, 학교교육, 단체활동 등의 결과들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총체적 표현이 바로 매너인 것입니다. 누구나 잘 알것 같으면서도 실은 잘 알지 못하는 에티켓, 전통적인 예의만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자세, 즉 한인간의 몸에 밴 행동거지입니다. 그 매너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누가 다스리는 것도 아니고 문화인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사회적 약속입니다. 유치원때부터 훈련된 사람이라면 거의 생리화 체질화된 기본 예의인 것입니다.

    매너를 모르는 사람은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문화사회의 구성원으로서는 빵점입니다.

     

    루룩 후루룩...끄윽...이혼에까지 이르는 못된 버릇

    A.탁 매너

    릴 때부터 습관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이 식탁매너입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습관에 길들여지
    면 나중에 철이 들어서도 고치기 어렵습니다. 청년이 되었을 때 사회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매너가
    올바르지 못함을 깨닫고 고치려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몸에 박혀 굳어져 버렸기 때
    문입니다.

    식탁매너 때문에 결혼 초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어느 신부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신랑은 국을 먹을 때나 차를 마실 때나 옆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친정에 가서 식사할 때면, 식구들이 말은 안했지만 곱지않은 눈길에 그녀의 얼굴이 뜨끈뜨끈했습니다.

    하루는 생각다 못해 조심스럽게 두어번 말을 꺼냈을때 남편은 불 같이 화를 내면서 그만 국그릇을
    팽개쳐 버리더랍니다. "내가 촌놈이라고 무시하느냐"며 식식거리는 남편. 말다툼을 피한 아내는 어린애 타이르듯이 말했답니다.

    "당신이 열번 스무번 국그릇을 팽개친다 해도 그런 습관은 고쳐야한다.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서
    당신 습관을 고스란히 보고 배우면 어쩔것이냐, 미국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왕따당해도 좋으냐."

    이 말에 남편은 달라졌다고 합니다. 나는 한국 촌놈이지만 우리 아이는…백팔십도 태도가 달라진
    남편은 쉽게 그 버릇을 고치기는 힘들었지만 계속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이런
    당부까지 하더랍니다. "이 버릇만이 아니라 촌놈 같은 행동이나 말투까지 당신이 고쳐달라고, 교육시켜 달라"고.

    ***자기 음식만 건드리기
    음식을 먹을 때 집에서든 밖에서든, 한국음식이든 외국음식이든 자기가 먹을 것만 건드려야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남의 음식을 건드리기 쉬운 것이 한국 사람들의 식사 습관입니다.

    한국 음식의 경우, 김치를 비롯한 여러가지 반찬을 같이 먹습니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식구들이 함께 먹는 반찬인데, 자기 입안에 들어갔던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이고 들쑤시다가 집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엇을 그리 고르는지 김치든 나물이든 한번에 집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몇번이나 뒤적이다가 집어갈 뿐아니라, 김치를 김치그릇에 톡톡 털고 집어가기도 합니다. 배추에 붙은 고춧가루나 양념을 터는 행위, 함께 식사하는 사람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하고 비위생적인 행동임은 물론입니다.

    음식물을 집을 때는 자기 젓가락이 닿은 부분을 곧바고 집어와야 합니다. 처음부터 어느 부분을 집을까 눈으로 골라서 젓가락을 대야 합니다. 젓가락이 처음 닿은 부분이 김치가 아니고 파나 마늘이든 고추덩어리든 일단 집어와야 합니다. 자기의 침이 거기 닿았기 때문입니다. 젓가락이 닿았던 부분은 꼭 가져와야 합니다.

    최근에는 식당에서나 가정에서도 개인용 접시를 사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자기가 먹을 만큼의 음식만 자기 접시에 덜어다 놓고 먹으면 불편도 무례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음식을 덜어오는 젓가락이 자기 젓가락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공용의 젓가락을 따로 준비해서 각자 그 젓가락으로 덜어와야 함은 물론입니다.

    과잉친절! 식탁에서의 과잉친절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친절을 베푼답시고 남의 접시나 밥 그릇에 음식을 옮겨줍니다. 이것도 먹어봐라, 저것도 먹어봐라, 자기 입에 들어갔던 젓가락으로 이것저것 음식을 집어서 남의 접시에 놓아주는 행위는 결코 친절이 아니라 남을 곤경에 몰아넣는 비위생적, 비문화적, 이기적 행위에 불과합니다.

    얼마전 한국식당에서 이런 장면을 보았습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한국인 부부가 미국인 부부를 대접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한데 한국 여자가 연신 자기 젓가락으로 숙주나물, 시금치나물을 집어서 미국인 부부 접시에 놓아주면서 먹기를 권했습니다. 미국인 부부는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도 끝내 그 나물들을 먹지 않았습니다.

    방학때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2세들도 그런 불평을 합니다. 할머니가 입에 넣었던 젓가락으로 자꾸만 반찬을 밥에 놓아주어 혼이 났다고,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더럽게…더럽게"를 연발했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인줄 알면서도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치과 의사들도 마스크를 쓰고 치료하는 입안에 오염된 젓가락으로 음식을 넣어주다니!" 사랑하는 할머니지만 손자에겐 무례한 행동으로 보일 뿐입니다.
     
    ***음식 물고 말하지 않기
    입안 가득히 음식이 들어 있을 때 이야기하는 것 또한 극히 삼가야할 매너입니다. 한국 드라마에는 왜 그리 밥상이 자주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밥 먹으면서 이야기는 물론 여러가지 행동을 합니다. 음식물을 잔뜩 입에 물고 말도 하고 화도 냅니다. 젓가락 숟가락을 흔들고, 나이프와 포크도 흔들어 가면서 긴 대사를 말합니다. 씹는 음식물이 다 보이고 밥알이 튀어 나올 듯, 흔드는 포크가 옆사람을 찌를 듯, 조마조마하면서 메스꺼워집니다. 이런 광경이 한국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은 아닐텐데 텔레비전은 어쩌자고 상스러운 밥상 장면을 되풀이 되풀이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일반적인 식탁문화로 번질까봐 두렵습니다.

    나만 해도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늘 들은 말은 '반찬을 털지 마라' '밥먹으면서 말하지 말라' '젓가락은 놔두고 숟가락질하라' 등등이었습니다. 요즘 부모들도 그러리라 여겨집니다.

    대인관계나 공동생활의 기본 매너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습니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과일이든 입속에 가득 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세계 어느곳에서도 올바른 매너가 아닙니다. 수저나 나이프를 휘둘러가면서 떠드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는 둘째치고 무엇보다 자신의 추함을 드러낼 뿐입니다.

    B. 연령별 식탁매너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정도에 맞게 알아두어야 할 식탁매너를 정리해 봅시다.

    ---3살에서 6살 사이
    혼자 밥 먹기 시작할 때부터 다음과 같은 식탁 매너를 가르치도록 해야 합니다.

    -식사할 때 제자리에 앉아 있을 것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하지 말것
    -식사도중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지 말 것
    -입안에 음식이 들어 있을 때 말하지 말 것
    -입을 다물고 음식을 씹을 것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말 것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지 말 것
    -포크와 나이프의 사용법을 올바로 알고 사용할 것
    -자기 접시에 있는 음식만 먹을 것
    -음식을 가지고 장난하지 말 것
    -식탁에서 떠들지 말 것
    -냅킨을 사용하는 습관을 기를 것
    -음식 먹는데 사용하지 않는 손은 무릎위에 놓을 것
    -식사중 일어날 때는 부모에게 허락 받을 것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등의 인사법을 익힐 것

    식당에서 아이들이 숨바꼭질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난리를 피우는데도 그냥 내버려 두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부터 고쳐야 합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가 더 신경을 써서 올바른 매너를 가르쳐야 합니다. 3살짜리도 가르치기에 달려있습니다. 가정에서 평상시에 부모가 익혀주고 연습시키면, 밖에 나왔을 때 타인들을 방해할 정도로 마구 행동하지는 않게 됩니다.

    ---7살에서 9살 사이
    위 사항들에 다음 사랑을 추가합니다.

    -음식에 대해 불평하지 말 것
    -물이나 우유, 국 같은 것을 소리나게 먹지 말 것
    -음식을 다 먹고 난 뒤, 접시 위 오른쪽에 나이프와 포크를 나란히 놓아 둘 것.

    ---10살에서 12살 사이
    -양식의 경우 수프를 먹을 때 숟가락을 안에서 밖으로 떠 먹는다.
    -음식이 많이 담긴 큰 접시에서 자기 앞접시로 음식을 덜기 전에, 왼쪽과 오른쪽 사람에게 먼저 권하는 습관을 들인다.
    -식탁 위에 빵 부스러기 같은 것이 떨어져 있을 때 냅킨이나 손바닥으로 쓸어내지 않는다.
    -생선 뼈나 닭 뼈 같은 것을 골라 낼 때, 손가락을 사용하지 말고 포크를 사용한다.
    -식탁에서 실수로 트림을 하면 '미안합니다'라고 말한다.

    식사 도중이든 끝나고 나서든 '트림'을 하는 것은 좋은 매너가 아닙니다. 부모들이 버릇처럼 트림을 하면 아이들도 그대로 배웁니다. 그들이 자라서 21세기 지구촌을 누비며 살아 갈 때 국제인들 앞에서 트림을 한다는 것은 '집안 망신, 나라 망신' 이 됩니다.

    ---13살에서 19살 사이
    13살부터 19살까지는 틴에어저입니다. 틴에이저들은 성인과 똑 같은 식탁매너를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등 서구문화권에서 13살이란 나이는 전통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출발하는 성인의 전환점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나이까지 모르던 것이 있다면, 또는 좋지 못한 습관이 몸에 배어 버렸다면, 의식적으로 배우고 고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자기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도 "유명하긴 하지만 사람은 엉망이다"든지, "행동거지를 보니 집안이 틀림없이 상놈일거야"는 식으로 혹평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틴에이저 시절에 제대로 사회적 매너를 익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틴에이저가 지켜야 할 매너가 평생 매너가 되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평생 지켜야할 식탁매너의 기준을 정리해 봅니다.

    -식사를 하기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다.
    -팔꿈치를 식탁위에 올려놓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씹을 때 입을 벌리고 씹으면 안된다.
    -입안에 음식이 들어있을 때 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식사하면서 신문이나 책을 읽지 않는다.
    -소금이나 후추, 또는 공동접시가 식탁 가운데 있을 경우 팔을 뻗어 가져오지 않는다. 그것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소금과 후추는 한쌍으로 취급한다. 둘 중에 한가지만 요청해도 둘 다 전달해준다. 주의할 것은, 소금이나 후추가 담긴 용기를 사람 손에 놓아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에서는 '재수없는 짓, 즉 'bad luck'으로 간주된다.
    -여러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지 않는다.
    -남의 음식을 먹어볼 경우,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그 사람 접시에서 직접 떠먹지 않는다. 작은 접시를 따로 달라고 해서 음식을 조금 담아와서 먹거나. 자기 접시에 음식을 덜어다가 옮겨놓고 먹는다.
    -나이프나 포크를 흔들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빵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
    -냅킨에 코를 풀지 않는다.
    -식사도중 일어나야 할 때, 아이들은 어른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어른은 사람들에게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어난다.
    -식사도중은 물론 식사 후에도 남이 보는 앞에서 이쑤시개를 사용하면 안된다.
    -식사가 끝난 후 냅킨으로 이를 닦아내지 않는다.
    -식사후 냅킨을 접시 위에 올려놓지 않는다. 적당히 접어서 접시 오른쪽에 놓는다.
    -음식을 다 먹었다는 표시로 접시를 앞으로 밀어 놓지 않는다.
    -식탁에서 트림을 하면 안된다.
    -커피나 홍차등을 저을때 사용한 스푼을 찻잔 안에 넣은 채 마시지 않는다.
    -식탁에서 거울을 꺼내 보거나 화장을 고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식사중에 식탁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다른 가정에 초대받았을 경우, 그 집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좋은지를 미리 알아 두는게 좋다.

    여러가지 매너들 중에 '식탁매너'야말로 그 사람의 품격을 고스란히 드러내줍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 부모와 가문의 교양과 문화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그만큼 중요합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식탁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그대로 배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탁매너는 그러므로 모든 매너의 기본이자 인간평가의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밥 한번 먹고 딱지맞기'는 남녀 데이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대의 대인관계에서 '함께 식사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