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등 대내외 경기 불안 요인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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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했다.

    주요국간 `환율 전쟁'과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물가 불안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또다시 놓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에 금통위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금통위는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 가능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8월과 9월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또다시 현 수준으로 묶은 것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동결 또는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고 이 과정에서 자국 환율 방어를 위한 갈등이 고조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대외 요인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내외 금리차의 확대로 외국인 증시 투자자금의 유입이 가속되고 이는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우리 경제는 전반적인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물지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라며 "주요 국가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소지가 다소 있고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8월 기준금리 동결 이후 물가 안정과 금리 정상화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실기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3.6% 급등하며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고 이중 신선식품 물가는 45.5% 폭등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의 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 일부 공공요금 인상,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4분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관리 목표치인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환율 전쟁과 주요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 대내적으로 서민 경기의 부진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 요인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