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콕콕Q&A....4대강 사업으로 철새는?일부 매체 "4대강사업으로 조류 숫자 확 줄어" 주장실제 강변 주민들 “눈에 띄게 많아져...새똥 걱정할 판”준설공사 인근에도 물고기 사냥 중인 왜가리 목격낙동강 해평습지, 부여 5공구 현장에도 겨울새 천지
  • 한강 포클레인 작업장 코앞에도 오리떼 바글바글

     

    강바람은 이미 한겨울로 들어선 지난 11월 하순 구미시 해평면 문량리.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에 불도저의 우렁찬 엔진음이 메아리쳤다. 바로 옆 제방을 넘으면 낙동강본류다. 인근은 해평취수장이 있고, 철새도래지도 가

  • 깝다. 갈수기인 탓에 강물을 줄었지만 그동안 퇴적으로 잡목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던 자리는 어느새 쑥 낮아져있었고, ‘누더기’같았던  잡목이 걷힌 금모래밭 한가운데로 구불구불 새로운 강줄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곳에 부지런한 흰뺨검둥오리 한 무리가 벌써 자리를 잡았다. 멀리 붉은왜가리 두어마리 점잖빼다 인기척에 움찔하더니 수십m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변엔 토사를 긁어내는 포클레인이 바삐 움직였다. 그 앞에도 오리가족은 제법 넓어지 수면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했다.
    12월 하순, 비슷한 장소에 다시 찾았을 때는 오리떼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수백 마리쯤 돼 보이는 무리가 겨울하늘에서 춤을 췄다. 한 무리가 이동하면 또다른 무리가 뒤를 이어 날아올라 한바탕 매스게임을 벌이듯 질서정연한 열을 만들며 하늘을 수놓았다.  무리가 한꺼번에 오를땐 하늘이 까맣게 가려졌다. 서해 천수만의 가창오리떼와 비교할 순 없지만 이곳 낙동강 규모로 봐선 이들 철새손님들이 벅찰 정도로 많아보였다.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 근처에도 철새 수천마리 태연히 군무”

    역시 이번 겨울 초 영산강 6공구 승촌보 현장에서도 장비소리 요란한 와중에 오리 손님들은 가득했다. 석양에 물든 승촌보 상류에 위엄있는 자태로 홀로 저녁식사준비를 하는 왜가리는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 12월 하순 금강 5공구 생태하천 조성공사구간 내 칠지공원예정지 앞 금강에도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뒤섞여 맛있는 오찬 뒤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군데군데 왜가리도 끼어있었다
    12월 22일 한강 6공구 강천보 건설현장 하류, 콘크리트 타설 중인 장비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역시 한 무리의 오리떼가 여유롭게 한강의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이포보 강변저류지 공사현장인근 남한강가에도 가창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헤엄을 쳤다.
    기자가 찾아본 겨울 4대강 현장엔 지난 겨울보다 눈에 띄게 철새가 많아진 듯했다. 제멋대로 솟아오른 둔치를 긁어낸 자리로 강변은 시원하게 넓어보였고, 강바닥과 강가에선 쉽게 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10월말과 11월 들어 4대강 반대매체를 통해 4대강으로 철새가 4대강 공사로 도망갔다는 식의 기사가 부쩍 늘었지만 현장은 일부 매체의 비판적인 시각과는 사뭇 달랐다.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주민 이용기씨는 “작년에 비해 청둥오리 왜가리가 부쩍 많아졌다. 고니도 수십마리씩 보이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못 보던 새들도 보인다.”고 했다. 이씨는 또 “오랬동안 농사를 지어오던 동네 어르신들은 철새가 늘어 조류독감이나, 새똥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실 정도”라고 전했다.

  • ▲ 금강 행복2공구에 찾아온 천연기념물 저어새(아래)
    ▲ 금강 행복2공구에 찾아온 천연기념물 저어새(아래)

    현지에서 남한강과 함께 살아온 이씨는 철새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 전 흥천면 상백리에서 강물에 그물을 친 어르신이 짧은 시간에 그물 두 망에 가득찬 물고기를 건지느라 애쓰는 모습을 봤다. 내수면 어업허가를 받아 매운탕집을 하시는 분인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물고기를 많이 잡은 적은 없었다’고 하시더라. 그만큼 물고기도 늘고 강물도 불었으니 물가를 찾는 새도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영산강 지류인 함평천에도 철새는 많았다. 함평천은 원래 우기가 아니면 물이 거의 없는 하천이다. 12월에도 비록 양은 적지만 강물 사이에 오리떼가 가득했다. 강변 저류지에 산책을 나온 서금래 씨도 “옛날엔 물도 없으니 겨울에 새 보기가 힘들었다. 오리에 왜가리도 온 걸보니 물고기가 많긴 많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초 충남 연기군 남면 월산리 합강습지엔 천연기념물 제205호 저어새가 찾아오기도 했다.

    낙동강 중상류에서 4대강 영상기록을 하는 김영식씨는 “낙동강 28공구 인근 해평습지 인근 하천 준설공사가 번잡할 땐 분명히 새들이 다른 장소로 움직이긴 했다. 매일같이 촬영을 하면서 보니 좌안에서 공사중일 땐 새들이 우안으로, 우안에서 공사중일 땐 좌안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새가 다 도망가는 것은 아니더라”고 말했다.
    다만 구미보의 한 관계자는 “재두루미류는 공사중에 약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구미보 인근엔 재두루미 서식지 보호구역도 조성중이므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태학자이자 4대강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인 차윤정 박사는 "초여름 농기계가 논을 갈고 지나가는 논에서도 농기계 뒤로 졸졸 따라다니며 개구리를 잡아먹는 왜가리도 있다”며 “새들은 단순히 공사나 환경이 일부 바뀌었다고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강의 금남보 현장 박태균 소장도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물고기가 늘고 새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가동보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잡기위해 새가 보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고 들려줬다.

  • ▲ 한강4공구 백석지구. 인근에 중장비들이 한창 공사중인 가운데 청둥오리와 고니가 강물에서 노닐고 있다.
    ▲ 한강4공구 백석지구. 인근에 중장비들이 한창 공사중인 가운데 청둥오리와 고니가 강물에서 노닐고 있다.

     

    “철새대란” 우려, 지난 여름에도 나왔지만 현실은 달라
    사실 철새가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해 7월에도 나왔었다. 7월 15일 한겨레는 4대강 사업으로 철새가 달아났다는 보도를 냈다.
    이 신문은 당시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착공한 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서 철새들이 대폭 감소했고, 4대강 전 구간 동시 공사 방식 때문에 철새들이 터전을 잃고 떠도는 ‘철새 대란’의 징후로 해석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이포보가 건설되는 한강 양평~여주 구간에서 쇠오리는 85%나 감소했다. 낙동강에서도 남지~삼랑진 구간에서 쇠오리는 90% 감소했다.”며 이는 “이는 하천 둔치에 중장비가 투입되고 준설작업이 잇따르면서 얕은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수면성 오리류 등이 강에서 밀려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4대강의 전 구간이 동시에 파헤쳐져 피난처가 없는 상태에서 올 겨울 철새들이 다시 찾아오면 피해는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우려했다.

    물론 당시 신문은 환경부의 겨울철 조류센서스를 근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가 며칠 뒤 반박한 자료에 따르면 도리어 일부 철새는 당시에도 전년보다 더 늘어났고, 일부 줄어든 것도 다른 요인 때문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당시 “한겨레에서 보도한 일부 구간에 대한 조사 결과, 4대강 공사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숫자가 달라졌고, 일부 구간의 경우 오히려 늘어난 곳이 있다”고 밝혔다.

     2010년 환경부 조류센서스 “일부 조류는 오히려 늘어”

     환경부의 2010년 조류센서스에 따르면 남한강 양평-여주 구간의 경우 관찰된 종수는 2009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나(15종 → 41종) 조류 다양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둥오리는 17.6% 증가(193개체 → 227개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러기는 2009년도에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2010년에 116개체가 관찰되었다.

    특히 팔당호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큰고니가 10개체 → 132개체로 크게 증가했고, 청둥오리는 63개체 → 119개체로 89%나 증가했다.

    금강 상류구간도 모두 50종에 3,935개체가 관찰되어 2009년의 39종 2,621개체에 비하여 종과 개체 수에서 오히려 5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해평습지 구간에서는 종과 개체수가 일부 감소한 것으로 관찰되었으나, 쇠기러기는 도리어 15.9%(1,637개체→1,897개체), 고방오리는 심지어 작년에 비해 60배 (2개체→116개체)나 늘었다. 해평습지의 멸종위기종은 2009년 5종 31개체에서 2010년 9종 278개체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또 낙동강 지류 금호강 구간의 경우는 2009년 33종->29종으로 종수가 약간 줄었지만, 개체 수는 쇠오리가 23개체 → 206개체로 약 8배 증가,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는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16마리나 관찰됐다. 특히 이 구간에서 감소됐다고 조사된 청둥오리는 실제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조류로 전국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2009년에 비해 약 1800 마리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향있다 해도 사업완공후 충분이 보완 가능”

     낙동강 남지-삼랑진 구간도 관찰된 종수가 35종 → 40종으로 조류다양성이 오히려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고,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는 이 구간에서 1년새 10개체에서 150개체로 15배나 늘어나 조류 다양성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센서스 자료에서 청둥오리의 경우 2009년에 비해 개체수가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극심한 한파와 결빙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도 밝혀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자료를 자세히 검토하면 지난해 한창 준설공사가 시작됐을 때도 철새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당시 신문의 걱정대로라면 2010년 2011년으로 이어지는 이번 겨울엔 철새대란으로 각 수계엔 수면성 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이 거의 쫓겨났어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 해당 수계에 적어도 4대강 공사로 ‘철새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점점 몰려들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김진한 연구관은 “한창 공사중인 경우 조류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하는 두루미류 등 민감성 조류는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공사중인 시점에 철새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조류생태는 4대강 사업이후 전체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4대강 사업이후 물의 양이 변해 조류 생태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전체 물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사업 이후에도 얼마든지 조류 서식을 돕기 위한 보완책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 환경 안정되면 잠수성 조류는 더 늘 것”

    또한 “설사 일부 서식환경변화 때문에 조류가 줄어든다 해도, 공사 이후 안정적이 되면 돌아오는 종이 많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4대강 사업 이후 얕은 곳도 있지만 수심이 깊어지는 곳이 늘어나는데,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수(水)환경에서 먹이를 찾는 비오리, 흰쭉지 등 잠수성 조류 등은 늘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근거로 한강 사업이후 잠실 수중보와 신곡수중보 인근에 이들 조류가 크게 늘어난 예를 근거로 들고 있다.

    결국 4대강 사업 공사중 모든 철새가 도망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실제 강변에서 수십년 생활한 주민과 현장관계자들의 체감 분위기는 1년사이 조류가 너무 늘어 걱정이었고, 전문가들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하지 단정적으로 악영향이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 낙동강 구미 해평면에 몰려든 철새들.
    ▲ 낙동강 구미 해평면에 몰려든 철새들.

  • ▲ 금강6공구 호암지구 준설작업장 앞에서 태연히 무리를 짓고 있는 오리떼.
    ▲ 금강6공구 호암지구 준설작업장 앞에서 태연히 무리를 짓고 있는 오리떼.

     

  • ▲ 금강 7공구 공주지구 월송습지 앞에 청둥오리 등 조류가 가득하다.
    ▲ 금강 7공구 공주지구 월송습지 앞에 청둥오리 등 조류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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