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남덕우 전총리, 조촐한 미수연...서예전도
  • 경제학을 공부하여 경제혁명을 이룩한 사람, 교수로 장관에 발탁되어 부총리 국무총리까지 오른 사람, 지암(芝巖)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의 88세 미수연(米壽宴)이 24일 오후 6시 삼성동 무역센터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요란한 화환의 행렬도 없다. 취재진들도 없다. 떠들석한 정치인들의 소음도 없었다.
    묵향(墨香) 그윽한 서예전(書藝展) 테이프 커팅으로 잔치는 조용히 막을 열었다.

  • ▲ 88세 미수연에서 인사말하는 남덕우 전총리.ⓒ뉴데일리
    ▲ 88세 미수연에서 인사말하는 남덕우 전총리.ⓒ뉴데일리


    "조용히 가족끼리 지내려했는데 동지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어 고맙습니다."

    인사말에 나선 남덕우 전총리는 "나는 다복한 사람"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 국가개혁에 참여시켜 이끌어준 박정희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70년대 경제개발 성공의 감회를 회고했다.

    "친구따라 반세기를 살았다"는 남 전총리는 1960년대 서강대에서 명문대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던 50년 지기(知己) 이승윤(李承潤) 전 부총리를 비롯, 1969년 재무장관 취임이후 공직 14년간 동고동락한 동료 후배들과 가족들,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했다.

  • ▲ 남덕우 전총리 미수기념 서예전의 개막 테이프커팅을 하는 인사들.
    ▲ 남덕우 전총리 미수기념 서예전의 개막 테이프커팅을 하는 인사들.


    한국선진화포럼 김윤형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만찬에서 유일한 축사를 맡은 이승윤 전부총리는 "오늘의 대한민국 번영이 있기까지 반세기 산업혁명의 중심에 남덕우가 있음을 누가 부인할수 있겠느냐"고 강조하고,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인간 남덕우를 더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화내는 것을 본적이 없고, 남을 비방하지 않고, 큰 소리 치지 않으며, 마음 먹은대로 꼭 해내고야 마는 '조용한 리더십'이 박정희 대통령과 10년간 호흡하며 나라만들기에 성공한 비결"이라고 했다.

  • ▲ 서예전에서 담소하는 남덕우 전총리와 이승윤 전 부총리. ⓒ뉴데일리
    ▲ 서예전에서 담소하는 남덕우 전총리와 이승윤 전 부총리. ⓒ뉴데일리


    이날 초청된 인사들은 이현재 이홍구씨등 역대 총리들, 김만재 사공일씨등 역대 부총리들, 이봉서 이용만씨등 역대 경제각료들로서 남덕우 입각을 시발로 박정희 산업혁명에 잇따라 동참하여 수출입국을 성공시킨 이른바 '서강학파' 공신들이 한자리에 모인 드문 잔치였다.

    그 밖에 김재철씨등 역대 무역협회장, 강신호 구평회씨등 가까운 경제단체장과 기업인들, 김승유씨등 금융인들, 공로명 유종하 김용규씨등 외교관들, 이어령 남시욱 유장희 곽수일 김종석 김광두씨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씨는 참석할만 한데 안보이네요"라는 질문에 "정치인은 한사람도 초청하지 않았습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다수의 청년들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남 전총리는 서강학파 전각료들과 함께 6년전 '한국 선진화포럼'을 만들어 매달 '선진화 주제'를 선정하여 세미나를 열고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차세대 리더십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 ▲ 남덕우 전총리가 부인, 2남1녀와 손자손녀들과 88세 미수연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남덕우 전총리가 부인, 2남1녀와 손자손녀들과 88세 미수연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행사가 열린 호텔은 남 전총리가 건설한 무역센터 컴플렉스다. 5공시절 총리를 사임한 남 전총리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달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권유를 뿌리치고, 88올림픽때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무역한국의 상징물'을 만들겠다며 당시 아시아 최고의 무역센터를 지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이날 회고록 '경제개발의 길목에서'와 함께 서예전 작품을 담은 서집(書集)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했다. 무역협회장을 물러나 20여년간 썼다는 서예 솜씨는 "남덕우 필체를 이룰만한 경지에 올랐다"고 서예가 박정규씨는 설명했다.

    "삶의 비결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좋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2006년 여름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가 쓰다- 전시작품중의 하나다. <사진=뉴데일리 노용헌 기자>

  • ▲ 허심비구(虛心飛球)-마음을 비우면 공이 멀리 날아간다. 지암 남덕우.
    ▲ 허심비구(虛心飛球)-마음을 비우면 공이 멀리 날아간다. 지암 남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