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 ‘극도’ 신경전모범거래 기준, 핵심상권·타브랜드 예외규제, ‘전략’이름의 발빠른 문제 못이겨
  • 대기업 빵집과 동네빵집의 신경전이 극도로 치닫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온정’이나 ‘상도’ 없이 골목상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는 비난이 사회적으로도 팽배
    하다. 
      
    지난 11월에 부산 진구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은 빵집 주인들의 울분에 더했다.
    해당 점포 반경 1km 내에 파리바게뜨는 무려 7곳.

    대한제과협회 측은 13년 간 빵집을 운영하다 대기업에 밀려 장사가 되지 않자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 부산 개금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다가 자살한 정모씨 점포 주변 1km내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동서대점, 가야벽산점, 가야반도보라점, 가야동의대점, 개금백양점, 주례유엔아이점, 개금현대점 등 무려 7개에 이른다. 네이버지도에서 캡쳐.
    ▲ 부산 개금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다가 자살한 정모씨 점포 주변 1km내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동서대점, 가야벽산점, 가야반도보라점, 가야동의대점, 개금백양점, 주례유엔아이점, 개금현대점 등 무려 7개에 이른다. 네이버지도에서 캡쳐.


동네빵집의 감소폭은 상상 이상
이다.
2000년 1만8천개였던 4천개로 급감했다.
동네빵집 10곳 중 8곳이 망한 꼴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동네빵집 줄어든 만큼 프랜차이즈도 1만개쯤 늘어났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프랜차이즈는 같은 기간 1천500개에서 5천200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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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개의 소수의 중무장 군단이 1만4천개의 개미를 밀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소외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뒤늦게 모범거래기준을 만들고 파리바게뜨, 뜨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제빵업체의 문어발식 확장 규제책으로 도입키로 했다.
동일한 브랜드는 500m 이내에 추가 점포를 낼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미 프랜차이즈 매장은 과포화 수준으로 가맹점주들 끼리 경쟁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동네빵집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는 미비하다는 얘기이다.
  
그나마 규제조항에 예외까지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상권에는 500m 이내라도 개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동일한 브랜드에 한해 출점이 금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그룹의 다른 브랜드를 입점하는 경우는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

이를테면 파리바게뜨가 들어선 상권 500m 이내에 다른 계열사인 던킨도너츠가 입점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 ▲ 부산 개금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다가 자살한 정모씨 점포 주변 1km내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동서대점, 가야벽산점, 가야반도보라점, 가야동의대점, 개금백양점, 주례유엔아이점, 개금현대점 등 무려 7개에 이른다. 네이버지도에서 캡쳐.


  • SPC그룹의 제빵 품목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잘 알려진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파리크라상 이외에도 삼립계열 편의점 브레드 브레데이, 빠띠스, 대형매장 브랜드 파티나베이커리 따삐오베이커리, 르뽀미에, 파리크라상 계열 샌드위치 전문 리나스, 타마티, 디저트 전문 패션5 등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인근에 던킨도너츠가 생겼다.
    몇 미터 떨어져 있어 매출은 조금 줄었지만, 생계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는 같은 건물에 벽하나만 두고 파리바게뜨가 들어온다.
    상도의로 볼 때 설마 같은 건물에 동종업종을 오픈할까 의심도 했는데 황당하다”
       - 제주시에서 ‘감귤진빵’을 운영하는 박병인 씨

    규제로 대기업을 제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는 항상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부랴부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차를 극복할 수 없을 뿐더러, 기업체에서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우회 돌파' 꼼수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기업이 소비자를 감시자로 인정하고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
      
    골목빵집 상권잠식 문제가 불거지자 뜨레쥬르(CJ푸드빌)는 가맹점의 확장을 자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SPC그룹)는 가맹점주를 방패로 삼아 오히려 ‘보호받아야 한다’며 역설하고 있다.
    연간 3조3,000억원을 벌어드리는 SPC그룹에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상생방안’을 내놓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