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적 인프라 수반돼야...인식전환...인성교육 병행...미래보장 필요
  • ▲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제공=기재부
    ▲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제공=기재부

     

    정부가 시급한 청년 고용대책의 일환으로 스위스식 도제제도를 들고 나왔다.

     

    스위스식 도제(徒弟) 학교를 만들어 공부하면서 일하고 취업을 한 뒤에 대학 진학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취업구조 개선을 통해 OECD 평균(50.9%)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청년(15~29세) 고용률(39.7%)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 ▲ 청년고용률ⓒ제공=기재부
    ▲ 청년고용률ⓒ제공=기재부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교육부가 15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동 발표한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은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넘치는데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불일치 문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직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드시 대학을 졸업해 꼭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대책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일러 보인다는 지적이다.

     

     ◇'스위스식 한국형 직업학교'


    내년 특성화고 3곳에 시범적으로 도입될 한국형 직업학교는 '1+4제' 또는 '2+3제'로 운영된다.

     

    하루나 이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3~4일은 기업 현장에서 실습을 하는 식이다. 스위스의 중등직업교육과 비슷하다. 또 통학거리를 감안해 산업단지 부근 학교를 우선 선정하고 기계 소프트웨어 등 도제수업이 가능한 전공도 7개 정도 정한다.

     

    기업은 운영비를 세액공제 받고 이후 채용한 졸업생 1명당 2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누린다. 기업과 학교간 채용약정을 맺어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업종별 맞춤교육을 한다는 구상이다.

     

    일반계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정보학교, 직업대안학교인 폴리텍대 부설학교, 기업학교 중에서도 4곳을 골라 자격과정을 갖춘 도제식 훈련교육을 시범 실시한다.

     

  • ▲ 맞춤형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특성화고를 찾은 박 대통령ⓒ제공=정책브리핑
    ▲ 맞춤형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특성화고를 찾은 박 대통령ⓒ제공=정책브리핑


    ◇ '기업과 사회적 인프라 필요'


    이번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나 투자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 정부 실태조사에서 10곳 중 3개꼴인 33.8%의 기업만이 스위스식 직업학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과 훈련을 함께 하기가 부담스러운데다 교육비 부담, 이직으로 인한 투자손실도 걸린다는 것이다. 반면 스위스는 5만8000개의 기업이 연간 6조원 가량의 도제교육 관련 비용을 부담할 만큼 기업들이 오히려 적극적이다.

     

    청소년들의 인성교육도 걱정이다. 학교 수업이 줄어들면 그만큼 장래의 다양한 기회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꽉 짜인 기계부속처럼 구조화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창의력을 키울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그래서 현장실습을 현행 고3 1학기에서 고2 2학기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재해 위험과 저임금 논란도 배제하기 힘들다. 현재 특성화고의 현장실습도 불법 야근, 사망 등 안전사고 발생 같은 문제나 저임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어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기업들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도제 학교를 나온 뒤 연관 기업 취업에 실패하면 다른 직업을 찾기 더 힘들어질 수 있는 만큼 훈련 받은 청년들이 반드시 고용될 수 있도록 산업계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스승과 제자가 일심동체가 되야 하는 것이 도제교육의 핵심인 점을 감안해 도제 강사는 기술뿐 아니라 인성을 갖추도록 엄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우려를 잘알고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직업학교가 일반 고교보다 인성교육이 취약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기업 및 사회적 인프라도 만들어야 하는 등 단시간 내 정착시키기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구체적 해결방안을 차근차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뿌리깊은 학력 차별과 전 정권의 유사 정책 실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나라 학부모 93%는 자녀가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기 원한 반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마이스터고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성패의 관건은...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이번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벌써부터 갖은 우려와 염려가 적지 않지만 산을 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특히 늦으면 늦을수록 국가의 유익은 줄고 부작용과 후유증만 커질 것이다.

     

    우선 정부내 컨트롤타워인 운영 주체를 명확히 해야한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핵심 사안인데도 관계부처간 이견이 노정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부에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교과를 직접 실습해 주는 '학교기반 직업교육' 차원에서 해당 제도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직업교육이나 취업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실무중심 현장교육을 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고용부는 단순 교육과정에 대한 실습이 아닌 학생들이 기업에서 똑같은 근로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기반 직업교육'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의 목표와 방향도 보다 분명히 해야한다.

     

    도제제도의 교육적 특징은 △교육자(도장인)와 도제와의 관계가 인격적 관계이며 △기술교육과 인간교육이 병행돼야 하고 △장래의 지위를 보장하는 데 있다.

     

    산학 협력 연계교육과 산업체 중심의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이번 정책이 원활히 수행되어 유능한 젊은 전문기능인 육성과 청년 고용대책이 활성화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