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삼성전자도 피해자" 15만8,400달러 배상해야
구글 주도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애플의 공세 실패

애플과 삼성전자의 2차 특허침해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양사 모두 책임이 있다는 쌍방 책임론에 손을 들어 줬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피고)가 애플(원고)에 1억1962만5000달러를, 애플 역시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를 배상토록 각각 평결했다.

단순히 금액적인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물어줘야 할 금액이 790배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만,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평결 등을 감안하면 기대 밖의 성과라는 분석이다.

결국 '쌍방 일부 승소'로 결정난 이번 평결은 삼성전자의 완패로 끝난 재작년과 작년의 1차 소송 평결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결과로 향후 양사간 특허전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상대사로 부터 받을 배상금만 놓고 볼때는 애플은 1억달러 이상인 반면, 삼성전자는 15만8,400달러에 불과해 비교가 안되지만 애플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당초 청구액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되는 만큼 애플이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궁극적으로 겨냥했던 창끝은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들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애플이 소기의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과 애플 2차 특허 소송의 또 다른 승자는 구글"이라고 평가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평결은 삼성전자가 '상용특허로 애플에 반격하겠다'고 전략을 바꾼 뒤 처음으로 거둔 승리의 사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상용특허인 6226449특허(이하 '449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침해한 것으로 배심원들이 판단한 '449특허는 촬영된 이미지를 분류해서 저장하는 방법과 관련한 것으로, 촬영된 사진·영상 파일을 폴더에 저장했을 때 파일의 목록과 이미지의 개수가 표시되는 기술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449특허를 근거로 애플에 요구했던 배상액 15만8,400달러를 고스란히 배심원단에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차 소송과 국제무역위원회(ITC) 심판에서 주로 필수표준특허(SEP)를 무기로 애플을 상대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일부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필수표준특허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ITC가 특허관련 심판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기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표준특허로 경쟁사에 판매금지 소송을 거는 것이 공정거래에 위배된다고 유럽연합(EU)이 결정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향후 5년간 표준특허로 경쟁사에 판매금지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후 소송에서 앞서와 같은 제약이 있는 표준특허보다는 '비표준 상용특허'를 중심으로 애플을 상대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변론 시작 전인 지난 3월 소송대상 특허 수를 조정하면서 표준특허 3건을 제외하고, 상용특허 2건만 남기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블로그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전자는 앞서 소송에서 표준특허를 통해 이미 우위를 점했다"며 "앞으로의 소송에서는 비표준특허에 초점을 맞춰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번 평결은 애플의 완승, 삼성전자의 완패였던 2012년과 지난해의 1차 소송 평결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상용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이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선택한 소송전략이 크게 성공했다는 걸 방증한 셈이다.

한편 평결에서 일부 실수가 발견돼 평결 확정은 미뤄진 상태이며, 재판장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5일 다시 평의를 재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