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입찰·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배임 포착"
  • ▲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임영록 KB금융 회장·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을 배임행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는 모습. ⓒ KB국민은행노동조합 제공
    ▲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임영록 KB금융 회장·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을 배임행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는 모습. ⓒ KB국민은행노동조합 제공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또 고발당했다.

국민은행 신생노조인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5일 13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 양 사의 이사진 전원을 배임·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한 KB금융·국민은행 이사진은 지난 달 22일 다른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으로부터도 배임 혐의로 이미 고발당한 바 있다.

26일 발표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임박한 가운데, 두 수장을 향한 잇따른 고발의 결과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의 행정적 제재는 물론, 형사상 유죄판결이라는 이중 철퇴를 맞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경영진의 배임행위, 좌시할 수 없어"

국민은행 제3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LIG손보 인수 과정,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임 회장 등 KB금융 이사진에게는 구체적으로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당시 제시한 가격을 문제 삼았다. 입찰가를 적정 가격보다 2000억 높게 써냄으로써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두 단체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3월 28일 LIG손보 대주주의 지분 증권 19.38% 매각 경매에 4200~4400억원을 적은 예비입찰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 후 5월 19일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 때 제시한 가격은 6400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KB 금융이 최근 입찰에 참여했던 ING생명우리투자증권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며 "2000억원 상향 입찰한 것은 회사에 손실을 끼치려 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행장 등 국민은행 경영진에게는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의 의혹을 문제 삼았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타 사업자들과는 달리 IBM은 견적을 제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쟁사들이 가격을 제출한 후에야 이들 보다 낮은 가격을 제출했다. 경로 또한 공식 경로가 아닌, 행장 개인 이메일로 보내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 그런데도 이 행장 등은 이를 방치해 국민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윤 위원장은 "이 행장 측과 이사회 측은 IBM을 도입하느냐, 유닉스를 도입하느냐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사실 양 쪽 모두 부정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유닉스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KB지주 김 모 전무는 이번 피고발인에 포함시키고, IBM에 힘을 실어준 국민은행 김 모 상무를 참고인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고발을 통해 KB금융과 국민은행 내부의 뒤틀린 경영구조가 바로잡히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쌍철퇴' 맞으면, 재기 불가능할 수도"

두 단체는 이에 앞선 지난 24일 저녁 18시 경, 금융감독원 앞에서 "최수현 원장은 중징계 확정을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사퇴 시키라"는 취지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3노조 관계자는 "이번 제재심의위에서 다루어야 할 인물이 워낙 많은 탓에, 일각에서는 KB의 두 수장에 대한 제재 확정이 미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더 미루지 말고, 이번에 반드시 신상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 금융당국 KB에 대한 제재심의를 26일 확정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KB금융이 소명 준비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어 제재심의를 늦춰줄 것을 공식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결정이 지연될 경우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고,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제재할 예정"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제3노조와 투자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원 등의 고발이 받아들여져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들 수장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 교수는 "금감원이 중징계를 확정할 경우, 이들은 3~5년 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그런데 이번 형사 고발이 법원의 확정 판결로 이어질 때까지, 길게는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금융인으로서의 생명은 사실상 끊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복귀를 준비할 쯤, 다시 철퇴가 가해지는 셈이기 때문에 추후 금융인으로서의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