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갈등 봉합·위기 극복 위한 노력… 이대로라면 헛수고 될 뿐
  • ▲ 유상석 경제부 기자
    ▲ 유상석 경제부 기자
     KB금융·국민은행이다.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악재가 짧은 기간에 터진 탓에, 당분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사건은 또 터지고 말았다. 이번엔 내부갈등이다. 그것도 노사관계, 노노관계가 아닌 경영진들 사이의 불협화음이란다. 결국엔 금융당국에 "우리를 조사해달라"며 '셀프 신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니, 조직 내부의 고름이 얼마나 심하게 곪았는지 짐작할 만 하다.

이번 사건을 두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는 "지주사와 은행, 또는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사이의 갈등이 아니다"고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와 감사 사이의 의견 충돌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싸움인지 여부를 양 사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기자의 사견(私見)은 다르다. 이번 사건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인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도 모자랄 시기에, 내부에서 그것도 경영진들끼리 반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리딩 금융사'·'리딩뱅크'를 자임해 온 KB금융·국민은행은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카드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불똥이 튀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지점장의 대출 서류 위조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2014년 이후 발생한 사건들이다. 창업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리라. 이런 상황에서 갈등의 주체가 꼭 CEO가 아니더라도, 경영진들끼리의 갈등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선원들끼리 싸우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만약에 이 싸움이 임 회장과 이 행장 사이의 갈등이 맞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두 사람이 취임 이래 지금까지의 1년 가까운 행보가 모두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리기 떄문이다.

이 행장은 지난 해 11월 창립 12주년 기념사에서 "파벌로 인한 갈등은 이기적인 퇴행"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갈등을 일으켜 조직 분위기를 흩트리는 구성원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런 발언까지 한 그가 반 년 후, 갈등의 중심으로 취급받으리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이 행장 스스로가 이기적이고 퇴행적인 인물로 전락하게 된다.

임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조직에 불어 닥친 위기를 타개하고,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자며 임직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끝장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달 19일의 일이니, 불과 한 달 전이다. 분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게 지금의 모습이라면, 한 달 전의 '끝장 토론'은 아무 의미 없는 헛수고에 불과하다.

두 리더의 이 모든 말과 행동들은 부질없는 행동이고, 의미 없는 헛수고였나? 이 행장의 일침과 임 회장의 끝장 토론이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스토리가 있는 금융', '시우(時雨) 금융'을 외친들, 어떤 소비자가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는가. 오죽하면 "두 CEO들이 이권 다툼을 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겠는가.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경영진들은 조직 내에 다툼이 있어도 이를 추스르고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치도록 독려할 때다. 좌초 직전의 배 위에서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싸움'이라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싸움을 멈추지 않는 한 국민은행의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싸움의 당사자들은 조직의 미래를 위해 휴전해야 한다. 싸움을 당장 멈추기 어렵다면, 나가서 싸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과감히 휴전할 결단력이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