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 주도권 다툼에 조직 흔들릴라…"KB금융지주·국민은행 내부통제 문제, 특검"
  • ▲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주도권 다툼에 KB금융과 국민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 NewDaily DB
    ▲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주도권 다툼에 KB금융과 국민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 NewDaily DB

    한 때 금융권 선도은행(리딩뱅크)으로 평가되던 국민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 지점장의 국민주택채권 위조 등으로 이미지를 깎아내리더니, 급기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금융감독원에 스스로를 신고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사회와 감사위원의 갈등일 뿐, 지주와 은행, 혹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이 아니다"며 입을 모으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주도권 싸움이라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국민은행은 10년 넘도록 채널 갈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 출신 사이의 파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 채널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갈등으로 두 수장의 노력은 허사가 되고, 조직 내부의 갈등 양상은 정점을 찍고 있다.

  • ▲ 임영록 KB금융 회장. ⓒ NewDaily DB
    ▲ 임영록 KB금융 회장. ⓒ NewDaily DB

  • ◇ 임영록 vs 이건호 주도권 다툼 개봉박두

    2000억 원 가량 소요되는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입장이 계속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임 회장은 21일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산 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결정을 위해 충분히 논의가 됐을 텐데, 그 결과를 가지고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은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의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보고가 거부되자 금융감독원에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임 회장이 이들에게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같은 날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산시스템 교체가 늦어지더라도 의혹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 넘어간다 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발견돼 이를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 ▲ 이건호 국민은행장. ⓒ NewDaily DB
    ▲ 이건호 국민은행장. ⓒ NewDaily DB

  • ◇ "낙하산의 주도권 다툼, 조직 망칠라"

    이번 사안과 관련,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임 회장과 이 회장 간의 갈등구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KB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이사회와 정병기 감사위원 사이의 의견 불일치일 뿐"이라며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갈등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양 사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들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낙하산끼리의 이전투구'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임영록 회장은 행시 20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인물로, '모피아 낙하산'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건호 회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신진세력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 행장 외에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도 금융연 출신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낙하산 출신 두 수장의 주도권 다툼"이라고 해석했다.

    윤 위원장은 "KB금융과 국민은행은 특정한 주인이 없는 은행이다 보니,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기 쉬운 구조이며, 낙하산 인사들 역시 주도권을 잡으면 마음대로 조직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다"며 "주도권만 잡으면 조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앉기 시작한 10여년 전부터 국민은행은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회장과 행장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내홍은 처음이 아니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09년, 임기 만료 사외이사 문제, 유상 증자 규모 문제 등으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번 사태가 '신한은행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실무자는 "경영진 사이의 갈등으로 조직 전체가 휘청거린 신한은행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채널 갈등을 잠재우고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던 두 리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그나마 신한은행은 토종들의 전쟁이었던 반면, 국민은행은 낙하산들끼리 싸우고 있다. 볼썽사납다"는 강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 안 그래도 '내부통제 약하다'고 비난 받는데…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지난 19일부터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에 들어간 금감원은 20일부터 KB금융지주에 대해서도 특별 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둘러싼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특검에 들어갔고, 사안을 객관적으로, 전반적으로 보기 위해 양쪽 모두 특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셀프 신고'까지 이루어질 정도면, 내부 통제 부실이 심각하다는 게 금감원의 인식이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 지점장의 국민주택채권 위조 등으로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비난을 받던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이번 사태로 인해 금감원의 초강도 검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