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원 "최 회장 친인척 담당자가 입맛대로 진행…내용 변경, 또 변경""사정 봐달라며 계약서 안 써주더니…생산 개시도 차일피일 지연"시간 지나며 전량 수작업으로 전환 등 무리한 요구 잇따라 멕시카나선 "원하는 품질 나오지 않는데 업체 변경할 수 없어"
  • 치킨 제조업체 델리원이 멕시카나의 변심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멕시카나 최광은 회장까지 나서 일을 재촉했던 터라 델리원은 계약서 없이 기계 설비를 들여왔지만, 진행이 더뎌지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델리원이 떠안게 된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카나 치킨은 치킨 가공업체인 ㈜명가와의 계약 하에 가맹점에 치킨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던 중 명가로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크레임 등으로 인해 체인 운영에 어려움이 있자, 멕시카나는 제조업체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조업체 ㈜델리원은 멕시카나와 접촉, 지난해 9월부터 협력 관계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 ▲ '몰드 절각 커팅 방식'에 사용되는 몰드판 ⓒ뉴데일리
    ▲ '몰드 절각 커팅 방식'에 사용되는 몰드판 ⓒ뉴데일리

  • ◇ 멕시카나 최광은 회장 "믿고 가보자" 진행 재촉
     
    당시 델리원 생산부 서 부장은 멕시카나 구매담당이던 오 부장과 주 1회 정도 만남을 가지면서 기존 제조업체가 치킨 절단에 사용하던 '자동화 절각 방식'이 아닌 '몰드 절각 방식'을 대안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자동화 절각 방식은 기계에 매달려 있는 치킨을 오토컷팅 기계로 부위별 절단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매달린 치킨이 흔들릴 경우 부위별로 잘 절단되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부위별 포장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균일한 크기로 절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몰드 절각 방식은 치킨을 특수 제작된 판에 고정시켜 기계로 절단하는 방식으로 절단이나 포장이 부정확할 확률이 적다. 

    이에 서 부장은 오 부장에게 ㈜한울에서 '돈치킨'의 제품 생산에 적용하고 있는 생산 방식을 견학할 수 있도록 도왔고 샘플링을 진행하는 등 '몰드 절각 방식'을 채택하는 과정 중에 있었다.  

    특히 델리원 측은 "몰드절각 방식의 채택 과정 중 멕시카나 최광은 회장이 당사에 직접 방문해 '왜이렇게 진행이 더디냐, 믿고 가보자. 진행하셔라'라는 등 협력관계에 있음을 재차 확인시켜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 "멕시카나 조중근 대표도 올해 2월 당사에 방문해 협력적인 관계를 재차 확인하고 원활한 진행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조 대표가 적극적으로 업체 이전을 추진하고 '믿고 시작해달라'는 재촉에 델리원은 몰드 절각 방식을 위한 기계를 계약, 도입했다.

    ◇ '믿어 달라'는 말 한마디, 계약서도 없이 업체 변경 진행
    최 회장의 친인척 담당자… 입맛대로 진행 내용 변경, 또 변경

    델리원은 멕시카나 측에 기계 도입 전 계약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멕시카나 측은 기존 제조업체인 명가와의 불화로 이중계약에 의한 법적 분쟁, 3억7천만 원의 채권 회수 관계, 기존 제조업체의 반발로 생산 중단 등에 따른 제품 공급 차질 등 피해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사정을 봐달라는 이유로 계약서 대신 업무협약서(MOU) 체결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어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델리원 측은 "계약서를 요구했지만 현재 계약 중인 업체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최 회장까지 나서서 진행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MOU를 믿고 일을 진행해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멕시카나는 기계설비가 완료 된 후부터는 일방적으로 물량이나 제조 방식 등에 대한 변경을 계속했다.

    지난 3월 델리원은 멕시카나와 5월 기계 설비과 완료되면 6월부터 생산을 개시, 호남.광주지사부터 2~3천수의 물량을 시작으로 대전충청지사, 서울본부, 인천남북지사 등 총 1만2000수 물량을 이원화하자고 협의했다.

    그러나 돌연 멕시카나는 호남지사의 물량 7분의 1부터 생산 개시하고 명가에서 생산 중단을 할 경우 하루 2만5천수 물량을 생산해야 하니 전량 생산 가능한 설비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추가적인 설비 투자를 종용한 것이다. 

    갑자기 담당자가 변경되는 일도 발생했다. 일을 진행하던 오 부장이 서울 본사로 발령, 담당업무인 구매 업무를 후임이던 이 대리에게 일임하게 된 것이었다. 오 부장은 멕시카나 최광은 회장의 처남이며 이 대리는 최 회장의 처조카사위로 오너의 친인척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수작업 커팅 방식 ⓒ뉴데일리
    ▲ 수작업 커팅 방식 ⓒ뉴데일리

  • 이 대리는 델리원 측에 제조 방식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델리원 관계자는 "이 대리는 지속적으로 제조 방식에 대한 크레임을 제기하고 수정을 요청했다"면서 "몰드 절각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자신이 추진했으면 몰드 절각 설비는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델리원 측에 '수작업컷팅' 방식을 언급, 전량 수작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델리원 관계자는 "멕시카나에서 우리에게 명가 쪽에서 수작업으로 해주겠다고 공문을 보냈다며 그 공문을 보여주더라"라며 "그 의미가 뭐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처음엔 이원화를 시작으로 점점 물량을 늘려가자더니 나중에는 호남지사 2천수만 이야기하더라"라며 "나중에는 수작업으로 2천수를 해주는데, 2만5천수를 생산해 낼 수작업 커팅 숙련자를 준비시키라더라.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애초부터 멕시카나와 이야기를 시작할 때 멕시카나에서도 수작업으로 요청을 해왔지만 거절했다고, 수작업은 대안에서 제외시키고 일을 진행해 온 거다"라고 전했다.

    결국 델리원은 멕시카나와 처음 협의한 대로 설비에 10억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도 1년여의 시간 동안 멕시카나의 계속되는 일방적인 요구에 경제적 손해만 떠안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현재 멕시카나는 치킨 제조업체 변경을 위해 델리원이 아닌 다른 업체와 컨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멕시카나 측 "원하는 품질 안 나오는데 업체 옮길 수 없어"

    현재 하림에서 닭을 공급받고 명가에서 닭을 제조해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는 멕시카나 측 입장은 "품질이 기준에 못 미친다"였다.

    멕시카나 측 관계자는 "델리원이라는 업체가 닭 가공은 해보지 않은 곳이더라"라며 "새로 기계 도입해 샘플링 여러번 했지만 닭이 현재 가공업체보다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가보다 닭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공업체를 옮기는 의미가 없다는 게 멕시카나 측 설명이었다. 현재 명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레임을 보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기계나 수작업이나 닭의 품질이 좋아야하는데 몰드 절각 방식도 품질이 별로였다”라며 “품질이 못 미친다는 것은 본인들도 인정한 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멕시카나는 가공 닭으로부터 발생하는 지속적인 크레임에 가공업체를 이원화하겠다며 올해 초부터 여러 업체들을 접촉해왔다. 이 과정에서 델리원은 몰드 절각 방식을 내세웠고 멕시카나는 수차례의 샘플링을 거쳐 품질을 맞추기 위한 수정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수작업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가맹점의 크레임을 보완하려면 품질이 우선인데 부위에 따라 살이 너덜너덜하게 나오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였다"며 "계속 수정 요청을 하다보니 시간이 지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