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효율 '릴라이언스' 고도화비율 50% 넘어"
  • ▲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정재훈 기자
    ▲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정재훈 기자

     

    "지금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선제적 투자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인도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릴라이언스'는 대규모 투자를 거듭해 현재 고도화 비율이 50%를 훌쩍 넘습니다. 국내 정유업계가 배워야 할 대목입니다. 에너지 업계의 미래는 투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유 업계에서 미스터 오일(Mr. Oil)로 통하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극한의 경영 환경에 처한 국내 에너지 업계에 던진 메시지다.

    허 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5년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에너지업계 위기 돌파 방안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투자만이 미래"라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 1년 사이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GS칼텍스를 비롯한 국내 정유업체들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가 정유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2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 초부터는 화평법(화학물질등록및평가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나프타 제조용 원유 1% 할당관세 등이 일제히 시행되면서 정유업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만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목표는 살아남기'라는 씁쓸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하는 선제 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조언'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허 회장은 인도 최대 민간 기업인 에너지기업 릴라이언스(Reliance)를 예로 들며 국내 업계가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릴라이언스는 50%에 달하는 높은 고도화 비율로 휘발유, 등·경유 등 경질석유제품 위주의 생산 체제를 갖춰 상당한 수준의 정제마진을 실현하고 있다. 높은 고도화 비율로 세계 각지에서 싼 원유를 찾아 유전개발 등이 없음에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비석유국인 한국과 비슷한 환경이지만 석유 수요가 경질화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해 확신을 갖고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거듭했다. 그 결과 릴라이언스는 유럽에 버금가는 고도화 비율을 달성한 것은 물론, 현재 규모와 수익면에서는 타타그룹을 제치고 인도 최대의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02년부터 릴라이언스는 통신·엔터테인먼트·전력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 ▲ GS칼텍스 전남 여수 여수공장 내 제4 중질유 분해시설(VGOFCC) 전경 ⓒGS칼텍스
    ▲ GS칼텍스 전남 여수 여수공장 내 제4 중질유 분해시설(VGOFCC) 전경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은 과거부터 수 차례 '릴라이언스' 그룹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했으며 GS칼텍스는 고도화 시설 투자에 지속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 결과 GS칼텍스는 1995년 하루 9만4000배럴 규모의 제1 중질유 분해시설(RFCC)를 완공했으며 2007년 10월에는 1조50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하루 6만1000배럴 규모의 제2 중질유 분해시설(HCR)을 완공했다.

    2010년에 완공된 제3 중질유 분해시설(감압잔사유 수첨분해시설 VRHCRㆍVacuum Residue Hydrocracker)은 창사 이래는 물론 업계에서도 단일공정 투자 규모로서는 최대 비용인 2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GS칼텍스의 제3 중질유 분해시설은 당시 아시아 최초, 세계 7번째로 도입된 최첨단 시설이었다.

    GS칼텍스는 또 2013년 네 번째 고도화시설(유동상촉매분해시설 VGOFCCㆍVacuum Gas Oil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Unit)을 총 1조3000억원을 들여 완공했다. 현재 GS칼텍스의 고도화비율은 34.6%로 국내 정유업계 1위다.

    최근 국제유가 폭락으로 고도화 설비 투자에 대한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몇몇 기업은 투자 계획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류하거나 눈에 띄는 진행상황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반백년 에너지 외길을 걸어온 미스터 오일의 이같은 조언은 국내 에너지 업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 번 쯤은 고민해봐야 할 숙제로 보여진다.

    허 회장은 지난 1966년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한 후 같은해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1966년~1971년) 과정을 마치고 현재까지 에너지 업계에 몸 담고 있다.

    한편 이 날 신년인사회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나세르 알-마하셔 에쓰-오일(S-OIL) 사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 김성국 삼탄 사장,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 김상열 OCI 부회장, 김대훈 LG CNS 사장 등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 ▲ 2015년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 ⓒ정재훈 기자
    ▲ 2015년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