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망론'에 반기문 측근 경쟁까지
  • ▲ 원조 충청명사 모임격인 백소회 모습ⓒ뉴데일리 DB
    ▲ 원조 충청명사 모임격인 백소회 모습ⓒ뉴데일리 DB

     

    자칭 충청출신 명사 모임이란게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그물망 인맥과 맞물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충청포럼'과 '백소회'다.

     

    향우회와 별개로 일종의 '이너서클'인 두 모임에는 이름깨나 알린 이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직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중견 언론인들이 주요 멤버다.

     

    그들이 명사인 줄은 모르겠고 또 그들만의 리그는 상관할 바 아니지만 각종 추문에 휩쌓여 '충청'이란 이름을 욕보이는 것은 유감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 ▲ 매달 특급 호텔에서 모임이 열리지만 백소회는 회비가 없다. 유사자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뉴데일리 DB
    ▲ 매달 특급 호텔에서 모임이 열리지만 백소회는 회비가 없다. 유사자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뉴데일리 DB


    ◇ '왕이 되소서'...백소회 건배

     

    시작은 '백제(百濟)의 미소(微笑)'나 백소(百笑)를 뜻하는 백소회가 먼저다. 논산출신으로 11대 의원을 지낸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이 1992년 모임을 만들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송자 전 서울대총장,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윤여준 전 의원 등이 단골 멤버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이완구 총리, 서청원 의원 등 유력 정치인도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회창 전 선진당 총재와 이인제·홍문표 의원, 권선택 대전시장, 양승조·박수현 의원 등도 회원이고 윤석금 전 웅진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공을 들이는 모임이다.

     

    회원은 100명 안팎으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모인다. 50~60명이 특급 호텔에서 식사와 와인을 즐기는 비용만도 수백만원이 훌쩍 넘지만 회비는 없다. 임덕규 총무는 "으레 기쁜 마음으로 비용을 내는 유사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3월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유사를 했다. 지난 연말에는 백소회의 든든한 후원자인 한화그룹이 비용을 댔다. 강창희 전국회의장은 의장공관에서 유사를 대신했다. 서청원 의원은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선 이혜훈 전 의원을 위해 모임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정운찬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참여정부 시절엔 이해찬 전 총리도 신고식을 했다. 이때 성완종 전회장도 참석했다. 성완종 전회장의 경우 백소회 회원이지만 그다지 참석이 많지 않았다. 충청권에서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들에겐 꼭 '챙겨야 할 모임'으로 통한다.

     

  • ▲ 20년 넘게 백소회를 이끌고 있는 임덕규 총무ⓒ뉴데일리 DB
    ▲ 20년 넘게 백소회를 이끌고 있는 임덕규 총무ⓒ뉴데일리 DB

     

    하지만 언제부턴가 모임이 이상해졌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이 불거지면서다. 우스개로 시작한 '모두 왕이 되소서'라는 건배사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내부에서는 회장격인 총무를 맡고 있는 임덕규씨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든 1등 공신으로 통한다. 임 총무는 반 총장이 UN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반사모를 만들어 직접 회장을 맡았다. 외국 대사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면 한국말로 '반사모'를 복창시킬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노벨평화상 얘기도 나오고 급기야 반기문 대망론까지 공공연히 거론한다.

     

    임덕규 총무와 반기문 총장은 지난 1972년 각각 한국·인도 친선협회 간사와 인도대사관 3등 사무관으로 만난 이후 40여년간 매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도 한달에 두세번씩 통화를 한다고 한다.

     

    실제 반 총장은 UN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당일 가장 먼저 와병으로 입원 중인 임 총무를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임이 원조 반기문 성격이 된데다 성완종 전회장과 측근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않다.

     

  • ▲ 성완종 전 회장이 공을 들인 충청포럼 모습ⓒ뉴데일리 DB
    ▲ 성완종 전 회장이 공을 들인 충청포럼 모습ⓒ뉴데일리 DB


    ◇ 인맥 그물망...충청포럼

     

    충청포럼은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됐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 창립을 주도했으며 초대회장도 맡았다. 현역 의원 가운데 포럼을 매개로 성 전 회장과 친밀하게 지낸 인사가 여야를 막론하고 줄잡아 20∼30여명이 넘는다.

     

    성완종 전 회장은 종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충청포럼의 멤버"라며 "차관급 이상만 10명이 넘는다"고 그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견 언론인 다수도 회원이다.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회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반기문 총장의 친동생 반기상씨가 참석해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이처럼 정치인맥을 형성하고 나선데 대해 건설업계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다보니 로비가 필요했고, 여기 저기 정치권을 찾다가 차라리 본인이 국회의원이 되자 싶었을 것" 이라고 해석했다.

     

    '충청포럼'은 현재 전국 10개 지부, 100여개 지회 아래 3500여 명의 회원을 둔 거대 조직이 됐다. 이완구 총리는 충청포럼에 가입하지 않았다. 성완종 전회장이 이른바 다잉 메시지를 전한 것도 모두 충청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언론인들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반기문 총장에 대한 성완종 전회장의 지극 정성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사업진출로 인연을 맺고 있는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당시 반기문 장관의 UN 사무총장 지지를 당부하는 등 힘을 보탰다고 자주 언급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한 대통령 고문 다나팔라 후보는 당선이 어려우니 출마를 사퇴시키고 반기문 장관을 지지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반기문 총장 선출이 사실상 확정되자 가장 먼저 롯데호텔에서 당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안상수 인천시장, 박병석·홍문표의원, 송인준 전헌법재판관, 이기묵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모임을 갖기도 했다. 

     

  • ▲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기업인에서 앙숙이 되어버린 이 총리와 성 전회장ⓒ뉴데일리 DB
    ▲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기업인에서 앙숙이 되어버린 이 총리와 성 전회장ⓒ뉴데일리 DB

     

    ◇ 충청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급기야 성완종 전회장은 자신이 표적사정 대상이 된 것은 반기문 측근이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뒤늦게 공개된 육성 녹음 파일이다. 충청 대망론의 경쟁자인 이완구 총리와 반기문 총장을 견제해야 하는 청와대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백소회측은 성완종 전회장은 반기문 총장의 측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미래 권력에 대해 줄을 대려는 '부나방' 인사라는 혹평까지 서슴지 않는다. 옛 동교동계와 어울려 신 DJP 연합을 운운한 것은 자가발전이라는 얘기다.

     

    반기문 총장측도 성완종 전회장의 죽음이 안타깝다고만 할 뿐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는다.

     

    이완구 총리측도 성완종 전회장의 오버일뿐이라고 일축한다. 성완종 전회장이 자신이 이완구 총리의 보궐선거 공천과 원내 대표 당선을 측면 지원을 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나서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반면 또 다른 충청권 '잠룡'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성완종 전 회장의 상가를 찾아 눈물까지 흘리며 애도를 표했다. 안희정 지사 측근은 "생전에 두 분은 서너시간 이상 독대를 하며 마음으로 교분을 나눈 사이"라고 했다.


    충청포럼과 백소회,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전 회장 그리고...자칭 충청의 명사라는 이들이 그들의 고향 '충청'을 욕보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