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 회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성실한 답변으로 경영에 안정감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 회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성실한 답변으로 경영에 안정감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뉴데일리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 회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성실한 답변으로 경영에 안정감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뉴데일리


    23일 기준, 올해 국정감사에서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104명에 이른다. 추석을 전후로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국정감사는 내달 8일까지 예정돼 있어 추가 증인 채택이 이뤄질 공산도 적지 않다.

    전반기 국회에 출석한 기업인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롯데 신동빈 회장은 공손한 태도와 절제된 행동으로 '손가락 경영'의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일조했다.

    반면 삼성물산의 최치훈 대표는 4시간이 넘는 출석시간 동안 단 1, 2분의 답변 기회를 가졌을 뿐이다. 복지위 같은 경우는 증인채택 문제로 상임위가 파행되면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등은 입도 떼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SK·GS건설 등 다른 대기업들과 티몬·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의 경우도 답변시간은 1, 2분을 넘기지 못했다.

    ◇ 롯데, 국감 출석으로 '호재' 맞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정무위 출석은 파격에 가까웠다. 10대 재벌 중 국감에 출석한 총수는 신 회장이 처음이었다. 그룹 내부에는 신 회장의 출석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신 회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가족간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된 롯데 순환출자 고리 416개에 대해서는 "10월 말까지 80%를 해소하겠다"며 "많은 자금이 필요한 나머지 20%도 조금씩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도 "내년 2분기까지 상장하고 일본 주주 비중도 중장기적으로 50%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신 회장에게 순환출자고리 등 예민한 문제를 두고 송곳 질문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야당 의원들의 '고함'과 같은 망신주기식 질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가 쎄게 몰아붙이면 재벌 총수 괴롭힌다는 기사가 나갈 게 뻔한데 막무가내로 몰아붙일 순 없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

    다소 어눌한 한국말로 "네, 의원님이 지적하신 대로 시정하겠습니다",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의 낮은 답변을 내놓은 것도 가산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국감 출석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를 믿고 지켜보겠다"며 "국회 출석을 회피하는 다른 총수들이 신 회장을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 회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성실한 답변으로 경영에 안정감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뉴데일리


    ◇ 증언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한 기업들

    롯데에 비해 다른 기업들은 이미지 반전의 기회는커녕 충분한 답변 기회도 얻지 못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14일 정무위에 출석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해 답변했다. 하지만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도만 합병 비율 등을 지적했을 뿐, 다른 의원들의 질의는 없었다. 

    4시간 넘게 출석한 최 사장의 답변 시간은 1분 남짓에 불과했다. 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최 사장보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의 불운은 최치훈 사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21일 보건복지위원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증언하러 나온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윤순봉 삼성공익재단 대표이사, 류재금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실 파트장은 설명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복지위 국감이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증인 출석을 둘러싸고 시작부터 여야가 논란을 거듭하다 결국 파행했기 때문이다. 

    증언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4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함께 정무위에 출석한 조대식 SK 사장도 김기식 의원이 SK C&C와의 합병에 대해 질의하자 "회사 성장 동력을 위해 필요했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다른 질의나 증언 기회는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한 지난 17일 정무위 국감에선 임경택 대우건설 부사장, 장동권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 강철희 GS건설 전략부분 전무, 오장수 LG 하우시스 대표, 김강유 김영사 대표 등이 불공정거래 관련 증언을 위해 한꺼번에 출석했었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 질의가 집중돼 다른 기업인들의 증언 기회는 거의 없었다. 남양유업과 김영사의 갑질 논란에 그나마 잠깐의 질의가 오간 정도였다. 

    또 지난 14일 산업자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는 박은상 위메프 대표, 박대준 쿠팡 부사장,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가 출석했다.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이 무료배송 강요, 무리한 가격 할인, 정산시스템 문제 등을 질의하자 각 대표들은 "지적하신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른 질의는 없었다. 

    이에 증인을 불러놓고 제대로 질의도 진행하지 못하는 국감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진실을 밝히겠다며 의원들이 앞다퉈 증인 신청을 하지만, 막상 증언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돼서다. 

    국감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국감 이전에 증인채택을 협의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증인과 관련된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