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가구 이상 경기도로 엑소더스
  • ▲ 서울시 전경. ⓒ 사진 연합뉴스
    ▲ 서울시 전경. ⓒ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의 인구가 1천만 이하로 내려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주택정책을 서둘러 발표하는 등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인구는 1988년 1천만명을 넘어선 이래 지난 2월까지 증감을 반복하면서 28년 동안 큰 변동 없이 1천만명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인구 1천만명 붕괴가 현실화됐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 주민등록 인구는 1,001만4,2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만945명이 줄었다.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인구 순 유출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서울시였다. 반면 순 유입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경기도였다. 서울을 떠난 사람들 상당수가 경기도에 새로 거처를 마련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람들이 서울을 등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전세난’이다. 서울의 전세난은 ‘대란’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는데 다른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더 큰 문제는 서울의 전세난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도심은 물론이고 부도심 인근 지역의 전세보증금만으로도 경기나 인천 지역에서는 주택을 살 수 있다. 그만큼 서울지역 전세 보증금이 올라가면서, 적지 않은 가정이 경기나 인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있다.

한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탈 서울 현상’이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전 세대에 걸쳐 고르게 유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1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대는 ‘유입’이 더 많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인구는 13만여명이 감소했지만 20대 인구는 오히려 1만7,800명이 늘었다.

이는 일자리와 교육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로 올라오는 청년층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 수치는 서울로 올라온 20대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정착을 하지 못하고, 다시 서울을 떠난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0대 이상 세대에서 순 유출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의 살림살이가 고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주택’이란 사실은 통계청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탈 서울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부와 서울시의 근시안적 주택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초고령화와 신생아 출산률 감소가 이어지면서, 2인 이하 가구 비중이 급격히 늘자, 소형평형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은 당장 거처를 찾아야 하는 2인 이하 독신자와 신혼부부 등에게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3인 이상 가정에겐 맞지 않았다.

2인 이하 가구 비중의 증가에 맞춰 소형평형 공급에 주력한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정책 기조가, 3인 이상 가정의 ‘탈 서울화’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이른바 ‘공공성’을 공조하면서 소형평형 의무 공급비율 확대와 부분 임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 시행사 및 재건축조합의 반발을 초래했다.

소형평형 의무 공급비율 확대 등 규제 장벽이 그대로 유지되면,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신규 주택물량 공급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이어진다.

2인 이하 가구에 치우친 주택공급, 주택 소유자의 전세 기피 현상에 더해 공급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서울의 전세난은 더욱 심화됐다.

이런 사실을 인식한 정부는 2014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 소평형형 의무 공급비율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완화에 나섰지만, 박 시장은 같은 해 10월,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세가격이 치솟는 등 서울지역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세난을 잡는데 앞장서야 할 서울시가 재건축ㆍ재개발 등 도시정비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으나, 서울시는 2인 이하 가구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인구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시의 사정을 생각할 때, 인구 감소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탈 서울’의 주요 원인이 ‘전세난 심화’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서울 이탈 현상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가깝다. 서울이란 지역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라,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부득이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인구 1천만 붕괴가 현실화되자 부랴부랴 새로운 주택정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새로운 주거대책에 대해, 3040 세대가 계속 서울에 머물 수 있도록 주거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주택정책의 핵심은 공공 및 민간부분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하는 데 있다. 공급물량을 늘려 고공행진 중인 전셋값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2018년까지 공공임대 6만 가구, 민간임대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대주택 2018년까지 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은, 이미 2년 전에도 나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내용은 그대로 두고 겉포장만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역세권 규제를 풀어 청년층 등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 2030 주택’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임대료 상한 기준 등이 엄격해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서울 지역 전셋값은 지난달 기준 44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소득과 가구 인원 등에 따른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보증금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