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량·부품 가격, LPG 가격 하락 등 악조건 속출 대기오염 문제 불거져 유가보조금 신청 전무
  • ▲ 택시.ⓒ연합뉴스
    ▲ 택시.ⓒ연합뉴스

    정부의 경유택시 도입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설상가상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세먼지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경유택시 도입이 친환경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EURO)-6을 전제로 하므로 정부가 대기오염 확산에 앞장선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아직 미비한 여러 배출가스 기준을 들어 경유택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12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경유택시를 도입하고 유가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보조금 지급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경유택시로 신규 등록하거나 기존 차량을 경유택시로 전환한 사례가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경유를 연료로 쓰는 기존 대형택시(콜밴) 771대에 대한 보조금은 제외됐다.

    국토부는 2013년 말 택시사용 연료 다양화를 이유로 일반형 승용자동차인 경유택시에 대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내놓은 공약 중 하나였다.

    유로-6 기준을 적용하는 경유택시 연간 1만대에 한해 화물차나 버스 수준(ℓ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을 주는 조건이었다. 대부분 택시가 연료로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는 가운데 LPG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료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 추진되면서 경유택시 도입·지원책은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했다.

    경유택시는 차량 가격이 LPG보다 비싼 데다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부품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수사업자가 경유택시 구매나 일반 승용차량의 전환을 꺼리는 이유다. 수요가 없다 보니 자동차 제조사도 경유택시 차량을 출시하지 않았다. 택시 감차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기존 시장을 이미 LPG 차량이 잠식하고 있어 신규 판매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2월 현재 등록택시 25만4521대 중 LPG 택시는 25만2921대로 전체의 99.37%를 차지한다.

    더욱이 앞으로도 자동차 제조사가 경유택시를 출시할지는 미지수다. 환경부가 경유택시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 보증기간을 기존 16만㎞에서 19만2000㎞로 강화해 제조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기준을 인증받은 완성차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수입차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LPG 가격이 지난해 초 ℓ당 670원대까지 떨어진 것도 경유택시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가 경유택시 확산의 발목을 잡았다.

    전국에서 택시 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는 대기오염이 우려된다며 일찌감치 경유택시 도입을 유보했다. 대구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가세했다.

    환경단체는 경유택시의 유해성을 강조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택시용 경유 차량은 기관지염 등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을 LPG 차량보다 29배쯤 더 배출한다"며 "경유 차량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벤조피렌 등 발암성 물질도 함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경유택시 유가보조금 지원 등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낡은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에 3조7000억여원을 투자한다는 데 감사원은 배출가스 저감장치(DPF) 부착 지원사업보다 조기 폐차지원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며 정책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국토부는 억울하다는 태도다. 경유택시 도입에 따른 유가보조금은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되는 유로-6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로-6 기준을 따르는 경유차는 환경비용이 일반 가스차량보다 낮다"며 "폭스바겐 차량이 배출가스를 속인 것도 이 기준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으로 경유택시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단체들이) 외국에서는 경유차를 없앤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유로-6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했던 낡은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높이고 수소·전기·하이브리드 차량으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하지만, 결국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앞으로 경유택시 도입은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로-6가 친환경적인 기준이라 해도 현재로선 질소산화물이나 주행 중 배출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고 폭스바겐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기준만 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경유차와 관련해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경유택시 도입·확산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