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 혼자만 사용 못해… "사용료 쟁점 일뿐 소송 갈 일 아니다"노키아처럼 상호 특허협력 및 후광효과 노림수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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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화웨이 간 특허 분쟁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가 하루 전날인 25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4G) 통신 표준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화웨이의 이 같은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소송전으로 확산될 공산은 그리 높지 않다.

    논쟁의 중심이 결국 돈 문제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삼성에 소송을 건 내용은 모두 표준특허에 대한 부분이다. 표준특허와 관련한 분쟁은 사용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사용료를 내는 대신 상호 특허협력(크로스 라이선스)과 같은 계약을 맺기도 한다.

    화웨이와 함께 통신장비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유럽의 노키아는 이미 삼성, LG와 특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화웨이 역시 노키아와 비슷한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화웨이가 조만간 만나 두 회사 간 표준특허를 일부 공유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최근 대만 특허청이 공개한 자료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LTE·LTE-A 표준필수특허 가운데 12.7%(954건)를 보유해 전 세계 66개 이동통신 관련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욕심낼 만한 특허가 많을 수 있는 셈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표준특허는 화웨이가 혼자만 쓰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며 "만약 소송을 간다고 쳐도 표준특허는 사용료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길게 다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근존 미국 변호사는 "삼성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소송은 표준특허가 아닌 독점적 사용권에 대한 특허 문제여서 화웨이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소송전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11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 고유 디자인과 탑재된 각종 기능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시작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의 후광효과를 입기 위해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기술력 있는 회사라는 인식을 널리 퍼트리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성과의 소송을 활용할 수 있다"며 "화웨이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는 싸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