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도로공사 등 굵직한 인사 '대기' 홍기택 악몽 보고도 또 '낙하산' 줄 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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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


올 하반기에 교체될 공공기관장은 무려 60여곳에 이른다. 한꺼번에 대규모 인선이 예정돼 있다보니 또다시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의 수장이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드러난 부실 사태에는 낙하산 인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는 여전히 공공기관장 인선이 내 사람을 챙기는 '기회'로 보고 있다. 

'정피아', '관피아'라는 지적에도 일단 자리에 앉으면 곧 잠잠해 진다는 안일한 인식에 작용하면서 관료 출신 공기업 CEO 비중은 여전히 36.1%나 된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을 개정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다. 


◇ '낙하산' 홍기택, AIIB 부총재 자진퇴진…국제적 망신

올해 초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아무도 그가 반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홍 부총재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으로 꼽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시작으로 산업은행 회장을 거쳐 지난 2월부로 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겼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그는 대우조선에 4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산은의 책임론이 거세지자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폭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홍 부총재가 자진사퇴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약 4조원의 분담금을 내고 얻은 부총재 자리를 잃게됐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낙하산 인사와 기업 부실 관리 실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 수자원공사 사장 인선 막판 불발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오는 연말까지 교체되는 공공기관 수장은 60여곳에 달한다.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던 공공기관장들의 빈 자리와 정권 하반기의 교체시기가 맞물리면서 인선 규모가 커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계운 전 사장이 지난 4월 임기를 6개월 남기고 퇴임하면서 공석이 됐다. 기획재정위원회는 28일 권진봉 전 한국감정원장과 김계현 인하대 교수, 최병습 전 수공 본부장 등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운영위를 열었으나 이들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공운위에서는 이들 후보들이 수공에 거액의 부채를 안긴 이명박정부의 4대강살리기 핵심인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는 수일 내 사장 공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 사장은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임명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사전 내정설 논란에 휩싸였던 김택만 제민일보 회장이 공모 지원을 철회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12일 이사장 후보 면접자 선정을 위한 회의가 열렸으나 노조와 시민단체가 특정 후보의 사전 내정설에 반발, 면접대상자 선정을 두 차례나 미뤄졌다. 


    ◇ 전문성보다 인맥?…총선 '배려' 줄 이을까  

    알리오에 따르면 당장 7~8월 중으로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코레일로직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수장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에너지 공기업 사장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관리원, 대한석탄공사 등이다. 여기에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등도 새 수장을 맞은 채비를 해야한다. 

    10월에는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전력기술, 아시아문화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립생태원 등이 11월에는 한전KPS, 한국자산관리공사, 우편사업진흥원,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의 CEO가 물러난다.

  • ▲ 오는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조석 사장의 임기가 마무리 된다. ⓒ 한수원
    ▲ 오는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조석 사장의 임기가 마무리 된다. ⓒ 한수원


  • 지난 6월 CEO스코어에서 나란히 좋은 평가를 받은 현명관 한국마사회,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임기도 12월이면 마무리된다. 이외에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기업은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게임물관리위원회, 무역보험공사 등의 수장이 교체된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의 목표를 △성과중심 조직문화 구축 핵심기능 강화를 위한 기능조정으로 세우고 성과연봉제 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가 벌어질 때마다 힘이 빠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총선 낙선자를 포함해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선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껏 공천에서 배제시키거나 총선에서 낙마한 경우 정권 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장 인선이 숱하게 이뤄져왔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공기업과 공공기관 임원으로 투입되고 있다"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금융회사 임원 자격요건에 2년 이상의 금융회사 근무경력 등 전문성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