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 올랐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를 졸속 선임해서는 안된다며 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쳤으나 효과가 없었다.

    선임 확정에도 노조의 투쟁은 계속될 예정이어서 정 신임 이사장은 노조와의 갈등을 풀고 지주사 전환 등 과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사장 선임까지 19일
    거래소 노조 파업에도 이사장 선임은 순조로웠다. 한국거래소는 30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 후보자의 이사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임시 주주총회장 앞을 막고 선  거래소 임원들에 맞서 거래소 노동조합원들이 대치하며 "'낙하산 인사' 정찬우는 물러가라"고 외쳤으나 주총은 20여분도 채 안돼 후보자 선출을 마무리했다.

    노조에 따르면 주총에 앞서 증권사 등 한국거래소 주주들의 찬성 위임장 50% 이상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조는 정 신임 이사장이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해왔다. 그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몸담기도 했고,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이날 주총장 앞에서 "후보 능력 검증부터 임시 주총까지 영업일로 19일이 걸렸다"며 "이같은 졸속 선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12일까지 정찬우 후보자 등 총 6명이 차기 이사장직에 응모 13일 서류심사, 19~21일 후보자 면접을 통해 22일 단독 후보로 낙점됐다.

  • ▲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30일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한국거래소 임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30일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한국거래소 임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파업 효과 없어…"정찬우 고발·출근 저지로 투쟁 계속"
    노조는 정 후보자가 이날 주총에 맞춰 파업에 돌입했으나 선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전체 노조원 600여명 중 휴가, 해외근무 등으로 부재중인 100여명과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100여명 등을 제외한 4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노조는 정 이사장 출근 후에도 '사퇴 촉구'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오는 10월 4일 취임식을 '보이콧'하고 출근 저지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지난 29일 금융연구원 재직 시절 연구비 횡령 혐의로 정 이사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노조의 투쟁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2013년 9월 최경수 현 이사장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라며 천막농성, 정시출퇴근 운동, 출근저지 투쟁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으나 그는 결국 자리를 꿰찼다.

    최 이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옛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 조달청장 등을 역임했고 2008년부터 3년간 현대증권 사장을 맡았다가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다.

    2004년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시에도 옛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노조가 강영주 당시 증권거래소 사장이 통합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경고파업 등에 돌입했으나 강 이사장은 예정대로 취임해 임기를 마쳤다.

    노조의 뜻이 관철된 적도 있었다. 2006년 7월 김영환 회계사가 상임감사로 내정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노조는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당시 감사 선임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노조는 업무에 복귀했다.

    상임감사는 이사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김 회계사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해 내정됐다는 설이 돌면서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상임감사도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통해 주총에서 선임된다.

  • ▲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30일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한국거래소 임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노조와 갈등에 지주사 전환까지 '고민'
    정 신임 이사장은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이후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차기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하고 기업공개(IPO)를 실시해야 하는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IPO는 최경수 현 이사장 취임때부터 주요 과제로 꼽혀왔던 사안 중 하나다.

    현재 런던증권거래소(LSE),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같이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세계 거래소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한 구상도 필요하다. 런던 대륙간거래소(ICE)만 봐도 NYSE 인수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한편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신임 이사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을  등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라며 "탁월한 리더십과 풍부한 금융정책 실무 경험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