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철 회장 사세 확장 뜻 피력… M&A 담당 기획감사실도 신설"무리한 기업인수는 부채 증가로 이어져 부실화 불러올 수 있어"
  • ·


  • 공격적인 사세확장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세운건설이 또 다시 '기업쇼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운건설은 호반건설과 같이 호남에 기반을 둔 업체로, 인수합병(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호반건설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운건설은 최근 M&A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초 봉명철 회장이 사세확장의 뜻을 피력함과 동시에 조직개편을 통해 M&A를 담당할 기획 감사실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초 자녀 세운(32) 씨를 세운건설 사내이사로 중임, 경영일선에 합류토록 했다. 현재 세운 씨는 공사안전부서에서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1995년 전남 화순군에 설립된 세운건설은 2012년부터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무명인 전남 건설사가 해당지역 1위 업체인 금광기업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세운건설 자산은 293억원이었던 반면 금광기업은 1715억원으로 5.8배나 더 컷다. 시공능력평가액도 세운건설은 378억원으로 전국 440위에 기록돼 있었지만 금광기업의 평가액은 4310억원으로 55위에 올라있었다.

    이후 3년간 숨고르기에 들어간 세운건설은 다시 M&A시장에 등장, 2015년과 지난해 각각 남광토건과 극동건설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M&A시장을 잠시 멀리하고 계열 건설사들의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해 오다 최근 다시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현재 세운건설이 노리는 매물로는 한일건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운건설의 이 같은 행보는 대형건설사 반열에 접어든 호반건설과 닮아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부터 대우건설·동부건설·울트라건설 등의 인수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됐고 이 중 울트라건설을 200억여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인 한국종합기술과 SK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M&A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호반건설과 비교해 세운건설의 수익구조가 부실하다는 데 있다. 무리한 M&A로 투입한 자금은 부채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호반건설의 수익구조는 견고하고 탄탄하다. 지난해 계열사를 포함해 총 5조48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매출 3조6469억원 대비 50.4%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도 9324억원을 기록하면서 2015년 5302억원 대비 75.9%나 상승했다.

    이 중 호반건설·호반건설주택·호반베르디움·호반건설산업·울트라건설·우방이엔씨 등 건설계열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2370억원, 영업이익 4845억원, 순이익 6448억원을 거둬들였다. 그룹 전체 매출의 59%를 도맡았다.

    특히 설비투자와 인수 부채상환 등에 필요한 현금성자산은 4457억원에 달해 M&A에 대비한 체력이 비축돼 있는 상태다.

    반면 세운건설 계열 시공사 6곳 남광토건·극동건설 등은 지난해 현금성자산 1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9.2% 늘었지만 그 규모가 작고 상승 흐름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다.

    남광토건은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92억원, 당기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332.68%로 전년 말보다 173.9% 낮아졌지만 결손금 861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35억원을 거뒀지만 당기순손실 4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56.9%로 전년 말보다 1만% 낮아졌다. 결손금은 2265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건설노조 한 관계자는 "과도한 기업인수로 인해 투입된 자금은 세운건설의 부채 증가로 인해 최대주주의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기존 인수업체들에서처럼 유동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구조조정 등 불법행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