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구역 난개발에 도시재생사업 방식 의문 커져'반쪽짜리' 개발 사업될 경우 사업성 등 악영향
  • "뉴타운 다 해제됐어. 복덕방에선 몇 동, 몇 호… 얘기하는데 거짓부렁이야. 지금 이 옆에 건물이 복합상가 자린데 뉴타운 해제 됐으니까 다 거짓말이 된 거지."

    지난 20일 서울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에서 '장위뉴타운 13구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한 노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본인이 격앙된 상태임을 보여주듯 뉴타운과 관련된 물음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에 녹슨 철문을 보니 언제 붙였는지도 모를 '뉴타운 긴급회보'라는 제목의 벽보가 눈에 들어왔다.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분쟁이 10여년간 계속됐으니 노인도 이 문제에 대해 이골이 날만 했다.

  • ▲ '뉴타운 긴급회보'라는 제목의 벽보. =김백선 기자
    ▲ '뉴타운 긴급회보'라는 제목의 벽보. =김백선 기자


    그 길로 곧장 '장위골목시장'을 지나 '동방고개'를 따라 20여분간 걷자 '장위1동주민센터'가 보였다. 이 곳은 고개의 정상 부근으로 주민센터 아래로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확정된 장위13구역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13구역은 한눈에 보더라도 노후 주택과 신축 빌라가 뒤엉켜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신축 빌라의 분양 현수막은 색이 강해 멀리서도 또렷하게 인식됐다.

    성북구 장위동 O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장위13구역 근방으로만 신축 빌라가 200~300개가 들어섰다"며 “다른 문제도 있겠지만 새 빌라가 들어서면 도시재생이든, 뉴타운이든 개발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 장위뉴타운 13구역 신축 빌라.
    ▲ 장위뉴타운 13구역 신축 빌라.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노후 주택 밀집지역인 성북구 장위동은 대규모 정비사업을 위해 2005년 8월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장위뉴타운은 '반쪽짜리' 개발 사업이 돼버렸다.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을 포기한 일부 구역은 뉴타운 지정이 해제됐고, 다른 구역들도 사업을 추진하자는 측과 포기하자는 측이 맞붙어 갈등을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13구역은 2014년 뉴타운 지정 해제 이후 최근 도시재생 활성화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이 일대 32만㎡에는 내년까지 100억원이 투입돼 공영주차장, 테마골목길 등 주건 환경 개선이 진행될 전망이다.

    장위13구역 내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이란 게 너무 추상적이고 보여지는 것이 없어서 뉴타운과 둘 중 무엇을 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선호한다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며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 확장 등 주거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3구역이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됐지만 이 지역에선 몇 년 전부터 관련 얘기가 있어왔고, 서울시 차원의 소규모 정비 공사 등도 진행된 바 있어 이와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시재생사업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있었다.

    장위동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도시재생으로 주거 환경이 좋아지면 집값은 당연히 올라간다"며 "뉴타운 사업은 보상금이 적었던 만큼 향후 돈이 부족한 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3구역과 마찬가지로 뉴타운 지정 해제 절차를 밟은 8·9·11구역은 현재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 난개발을 막고 있지만, 조만간 신축 빌라 공사가 곳곳에서 이뤄질 태세였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11구역은 지하철(돌곶이역)과 붙어 있어서 해제 결정이 나고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귀띔했다.

    장위뉴타운 15구역 중 분양까지 완료된 구역은 1·2·5구역이다. 1·5구역에는 삼성 브랜드타운이 형성된다. 먼저 5구역에는 '래미안 퍼스트 하이'가 1구역에는 '래미안 포레 카운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8월과 11월 5일만에 모두 완판됐다.

    2구역에서는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가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앞서 2015년 4월 분양나선 이 단지는 계약을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인근 H공인중개사는 "입주가 임박한 코오롱 하늘채 분양권에는 현재 7000~8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있는 상황"이라며 "래미안 같은 경우는 입주까지 2년여가 남았기 때문에 2000~3000만원 정도로 보면된다"고 말했다.

  • ▲ 11월 입주를 앞둔 2구역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 .
    ▲ 11월 입주를 앞둔 2구역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 .



    업계에선 장위뉴타운이 온전히 완성되지 못할 경우 사업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장위뉴타운의 구역이 추가로 해제되거나 장기간 늦춰진다면 사업성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개발 해제가 되거나 가능성이 있는 구역들은 뉴타운 개발지 중심지에 있어 도로 확장 등 전반적인 기반시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