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 개인 캐비닛에서 물품 챙겨 자율좌석 앉아 업무탁 트인 전망과 세심한 직원 배려에 만족도 높아
  • ▲ 카페처럼 꾸며진 라운지형 스마트 오피스. 곡선형 세련된 설계로 드라마 촬영도 진행되고 있다. ⓒ공준표 기자
    ▲ 카페처럼 꾸며진 라운지형 스마트 오피스. 곡선형 세련된 설계로 드라마 촬영도 진행되고 있다. ⓒ공준표 기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치고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애완견을 데리고 출근해도 될 만큼 회사를 가고 싶은 근무환경을 만들어 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바람이 실현됐다. 40년 소공동 시대를 지나 잠실 시대를 본격화한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로 이사를 마치면서 전 계열사에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이달 18일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신동빈 회장은 당시 레고와 펩시,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을 예로 들며 비즈니스 모델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 기업 모두 자유로운 환경과 분위기에서 업무를 한다는 게 롯데그룹의 '스마트 오피스'와 무관하지 않다.


    롯데 계열사 가운데 6개월 전 가장 먼저 롯데월드타워에 둥지를 튼 롯데물산이 '스마트 오피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지난 26일 직접 살펴봤다. 


    롯데물산이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19층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직원 휴게실 겸 외부 미팅장소로 사용 가능한 라운지가 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전망과 함께 화이트와 녹색이 어우러진 분위기는 편안함을 더했다.


    '스마트 오피스'로 향하기 앞서 잠깐 눈호강을 했을 뿐 놀랄 일은 지금부터다. 롯데물산 스마트 오피스는 직원들의 지문인식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용 캐비닛이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 오피스의 핵심은 직급별 자리 배치와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석을 도입, 개인 물품을 책상에 비치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캐비닛이 필수다. 출근 시 자신의 물품을 챙겨 임의의 자리에 앉아서 일하고, 퇴근 시 다시 캐비닛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캐비닛도 개인용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일정 주기를 두고 사용 번호가 바뀐다고.  

     

  • ▲ 출근 시 개인 물품을 꺼내 업무를 보고 퇴근 시 다시 보관하는 직원용 락커룸. ⓒ공준표 기자
    ▲ 출근 시 개인 물품을 꺼내 업무를 보고 퇴근 시 다시 보관하는 직원용 락커룸. ⓒ공준표 기자


    락커룸을 지나면 카페 형식의 라운지가 펼쳐지는데 이곳에서도 업무가 가능하다. 안쪽으로 업무용 책상이 들어찬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곳의 인기도 대단하다는 게 롯데물산 측 설명이다.

     
    다른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할 경우 딱딱한 사무공간보다는 탁 트인 곳에서 의견을 나누며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곡선을 이용한 인테리어는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더하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풍겨, 여성 직원들에게 인기가 더욱 높아 보였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여주인공 오피스 공간을 매주 일요일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다.


    스마트 오피스의 사무실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부서별 사무실 구획과 직급 중심의 수직적인 좌석 배치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임원 집무실도 권위의 상징에서 소통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 ▲ 라운지형과는 다른 사무실 형 스마트 오피스. 고정 자리가 있을 것 같지만 자리 회전율이 좋아 직원들을 찾아다닐 정도라고 인기가 좋은 모습. ⓒ공준표 기자
    ▲ 라운지형과는 다른 사무실 형 스마트 오피스. 고정 자리가 있을 것 같지만 자리 회전율이 좋아 직원들을 찾아다닐 정도라고 인기가 좋은 모습. ⓒ공준표 기자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창가 쪽 자리에 자리했던 임원들의 공간은 사무실 공간 가운데로 배치됐다. 대신에 전망 좋은 창가 쪽 자리는 직원들의 좌석과 휴식 공간으로 배정됐다. 특히, 임원 집무실의 외벽은 직원들과의 장벽을 없앤다는 취지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제작됐다.


    정유진 롯데물산 홍보팀 사원은 "처음에는 고정 좌석이 아니어서 팀장들이 적응을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모든 직원이 만족하고 있다"면서 "일단 탁 트인 뷰가 너무 좋아 일하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사무실 통유리 밖으로 석촌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롯데월드 실외 놀이기구들이 한 눈에 들어와 보고만 있어도 오후의 나른함이 사라지는 듯 했다.


    자율 좌석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고착화되는 일은 없는지 물어보니 정유진 사원은 "그런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떤 업무를 볼때 해당 직원이 어디 있는지 찾으러 다닐 정도로 좌석이 자주 변경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 스마트 오피스 출입 전 마련된 외부 미팅룸 겸 직원 휴게실. 앙증맞은 판다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공준표 기자
    ▲ 스마트 오피스 출입 전 마련된 외부 미팅룸 겸 직원 휴게실. 앙증맞은 판다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공준표 기자


    롯데 스마트 오피스를 둘러보다 보니 유독 작은 판다들이 눈에 띄었다. 이는 지난 2015년 롯데그룹이 송파구, 세계자연기금과 손잡고 공동으로 진행한 '1600 판다+' 전시 후 분양받은 판다들이다.


    당시 롯데물산은 롯데월드몰 잔디광장에서 전시하던 판다를 일반인에게 분양했고, 2주동안 진행된 분양에는 3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당시 롯데물산도 이를 분양받아 사무실 인테리어에 활용한 것.

     

    이같이 롯데 스마트 오피스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물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포커스룸'과 자유로운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라운지', 안마기가 설치돼 임직원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비타민룸'과 임산부와 모유수유 여직원들을 위한 'mom편한방' 등 직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들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 ▲ 업부 중간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안마의자가 구비된 '비타민룸'. ⓒ공준표 기자
    ▲ 업부 중간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안마의자가 구비된 '비타민룸'. ⓒ공준표 기자


    강선우 롯데물산 디자인 담당은 "자유 좌석이라는 점이 너무 좋고, 업무 타입에 맞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서 효율성이 극대화 되는 것 같다. 업무 효율성은 물론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스마트 오피스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직원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의 '스마트 오피스'는 기존의 관습과 내부 조직문화를 모두 버리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환경을 마련하라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뜻에 따라 설치됐다.


    핵심 사업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 '레고', 고객 니즈 변화와 트렌드의 선제적 대응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온 '펩시'의 사례를 들어 롯데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신 회장의 의중 역시 오픈된 공간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해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물산 스마트 오피스 내 벽면에 아로 새겨진 '성공한 사업은 한사람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은 여러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는 문구를 보면서 신 회장이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 ▲ 롯데물산 스마트 오피스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 롯데월드 실외 놀이기구들이 바라만 봐도 가슴을 트이게 한다. ⓒ공준표 기자
    ▲ 롯데물산 스마트 오피스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 롯데월드 실외 놀이기구들이 바라만 봐도 가슴을 트이게 한다. ⓒ공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