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포장 등 주거 환경 개선… 봉제거리 등 지역 특징으로 이미지 개선쪽방촌·봉제공장 등 섞여 도시재생 한계… 주택 수선비 지원 문제점 노출도
  •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전경. =김백선 기자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전경. =김백선 기자


    새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확정하면서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서울 창신·숭인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신·숭인 지역은 2007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으나 주민갈등과 사업진행 저조 등 난관에 부딪히며 2013년 뉴타운지구 지정이 가장 먼저 해제된 곳이다. 이후 2014년 국토부가 선정한 전국 13개 도시재생 선도지역 중 유일한 서울 지역으로 선정돼 관련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관심 지역이 되곤 했다. 

    지난달 31일 창신·숭인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지하철 6호선 창신역 4번 출구를 나가니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 양옆 경사지에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사실 사업지의 정확한 위치의 확인 없이 길이 놓여있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 들어갔지만, 새로 포장된 도로와 골목 보도블럭을 보고는 이곳이 도시재생 사업지라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 대부분 낡고 군데군데 방 한 칸 남짓한 공간의 봉제공장의 모습은 비가 내리는 오후 무렵이라 그런지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내 개선된 골목. =김백선 기자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내 개선된 골목. =김백선 기자



    도시재생선도지역인 서울 창신·숭인은 종로구 창신 1~3동·숭인1동 일대 83만130㎡ 규모로 국비와 시비를 합친 200억원이 2014년부터 3여년간 투입되고 있다.

    먼저 안전하고 깨끗한 골목길 조성으로 보행길은 개선됐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CCTV 비상벨(16곳) △태양광 조명등(250곳) △안심이장치(160곳) 설치가 골목 곳곳서 진행되고 있다.

    공공시설로는 △안전안심골목길 △백남준 기념관 △생활창작예술 거점공간 창신소통공작소 △봉제거리 및 봉제역사관 △채석장 명소화 사업 등이 완성됐거나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있다.

    지역민들은 재생 사업 이후 주거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면 철거 대신 도로 등 필요한 기반시설을 구축해 지역 특징을 유지한 가운데 커뮤니티시설 등 주민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 등이 확충됐기 때문이다.

    창신동에서 20년째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한눈에 보더라도 골목길이 안전하고 깨끗해 졌다"며 "기념관이나 봉제거리 등 지역 특징이 생겨 방문객들이 늘고 지역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를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숭인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한 장년부부는 "인위적인 개발 방식이 싫어 뉴타운 사업에 반대했다"며 "아파트만 우후죽순 들어선 서울에 이런 사람 사는 곳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뉴타운 개발이 진행됐다면 돈이 없는 지역 원주민들 같은 경우는 재정착하지 못하고 다 쫓겨났을 것"이라며 "10~20평 정도의 작은 주택을 갖고 있는 지역민들은 어디 가서 전세·월세 얻기도 힘들다"고 덧붙엿다.

  •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내 방한칸 남짓한 소규모 봉제공장. =김백선 기자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내 방한칸 남짓한 소규모 봉제공장. =김백선 기자



    반면 쪽방촌과 봉제공장이 섞여있고 도로가 좁아 도시재생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강했다.

    숭인동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길을 넓혀서 차나 버스를 다니게 해주든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주든가 다 노인들뿐인데 도로 포장만 새로 해놓는다고 되냐"며 "지역 내 곳곳에 위치한 봉제공장에서 인접한 동대문으로 옷감을 나르는 오토바이 소리도 24시간 시끄럽게 난다"고 토로했다.

    특히 열악한 주거환경은 도시재생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공감했다.

    "도로 포장하고 공동구역 페인트칠하는 게 재생사업인지 묻고 싶다. 집 천장에서 물이 새고 방충망조차 없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주차 공간도 없으니 주차 문제로 주민 간 싸움도 많이 발생해 서로 예민하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주택에서 17년 간 거주하고 있는 한 주부는 "아직까지도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많다"며 해당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내 개선된 도로포장 옆 방치된 노후 주택. =김백선 기자
    ▲ 서울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구역 내 개선된 도로포장 옆 방치된 노후 주택. =김백선 기자



    문제는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대부분 마을을 관광화할 수 있는 앵커시설 사업 중심으로 진행될 뿐 노후주택 개선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제 노후 주택 수선비를 지원하는 '가꿈주택' 사업에 전체 1만1000여가구가 넘는 창신·숭인 지역에서 지난해 50가구 지원에 그쳤고, 올해도 40가구 지원에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신동에서 자비로 주택을 개량한 한 주민은 "시 측에선 저금리 장기 융자로 주택 개량을 활성화 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책 시스템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공사비용을 갖고 시와 도시재생 관련 부서 등에 확인 절차를 거쳐 확정을 받았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200만원 대출해준다고 하더라. 이 문제를 은행에서는 시에 미루고, 시는 도시재생에 미루고 아주 이골이 났다"고 지적했다.

    인근 한 주민도 "대출 받은 주택 개량비는 집주인이 아닌 해당 주택을 리모델링할 업자의 견적에 따라 비용이 책정된다"며 "100만원이면 진행될 공사를 정부와 업자가 계약하게 되면 2배 이상 부풀리기가 된다.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라면 자비로 공사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 구역 내에서 주택을 개량할 때는 2000만~4500만원을, 신축할 때는 4000만~9000만원까지 연 0.7%로 돈을 빌려준다. 3년을 거치한 뒤 10년간 균등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한편, 종로구는 노후 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올해 안에 창신1·2·3동 및 숭인1동의 83만㎡ 사업지 내에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과 시범 거점 골목 등을 이르면 8월 말께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