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등 임명 철회 촉구 봇물
  • ▲ 문재인 정부가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하자, 과학계 등에서는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인물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 문재인 정부가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하자, 과학계 등에서는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인물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문재인 정부가 차관급 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에 연루됐던 인물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 지난 7일 차관급 과기혁 본부장으로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새로 신설된 과기혁은 한해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심의·조정 등을 맡는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 타워다.

    이번 인사를 놓고 박기영 본부장의 과거 전력을 놓고 곱지 못한 시선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 본부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윤리 논란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2005~2006년 불거진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에서 그는 논문 공저자로 등장했고, 전공과 관련 없는 과제로 연구비 약 2억원을 지원 받아 논란이 됐다.

    당시 황우석 사태로 보좌관에서 물러났지만 과거 행적으로 볼 때 과기혁본부를 이끄는 인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 전 교수의 조작 논문에 참여했던 타 대학 교수들은 징계 등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박기영 본부장은 보좌관 퇴진 후 대학으로 복귀했다.

    생명윤리계, 과학계 등에서는 박 본부장의 임명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건강과 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한국생명윤리학회, 서울생명윤리포럼 등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박기영 본부장을 '정부 과학기술정책을 훼손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박기영 전 보좌관은 황우석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였다. 황우석 박사에게 256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복제 실험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황 박사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동시에 연구 부정 행위를 함께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논문 조작 사건이 밝혀진 이후 반성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인사를 통해 황우석 박사의 부활이나 제2 황우석을 만들고 싶은 계획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박기영 전 보좌관을 임명한 것을 반대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인 등으로 구성된 전국공공연구노조는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를 띄운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공연구노조는 "황우석 사태의 주역이 국가 R&D 체제를 개혁할 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통탄에 빠지고 말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천명했던 과기정통부 장관의 취임사가 무색해지는 '올드보이의 귀환'일 뿐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 과학기술계는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놓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는 책무성과 윤리성을 갖추지 못한 자의 혁신본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일발의 양심을 느낀다면 박기영 교수 스스로 사퇴해 다시 발생한 사회 논란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임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기영 본부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 출근, 기자실에 들려 인사를 나눴지만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출입기자들 질문에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자리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