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 유예 등 中 2~3학년 실험 대상
  • ▲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1년 유예를 발표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류용환 기자
    ▲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1년 유예를 발표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류용환 기자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하면서 현재 중학교 2학년은 새로운 체제에서 대학 입학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년 대입 예고제'에 따른 시험 개편 방향을 철회, 교육현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부실한 준비 등으로 수능 개편 자체가 무산되면서 현 중3은 현행 체제로 시험을 치르더라도 새 교육과정 범위에서 학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대입 3년 예고제 자체가 무산된 상황에서 김상곤 부총리는 '불통의 교육부'에서 벗어나겠다고 강조했지만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한 탁상행정에 교육 안정성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1일 김상곤 부총리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1년 유예를 발표, 애초 계획과 달리 대입정책 전반을 흔들겠다는 김 부총리의 의지에 현 중2~3 학생은 3~4년 뒤 실험 대상에 오르게 됐다.

    수능 개편안 1년 유예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되는데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애초 계획대로 수능 개편안을 확정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1년 유예를 결정하면서 정원에 따라 달라지는 대입제도를 답습해 제도적 안정성을 해치고, 학생·학부모에게 대입 방향성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불신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한국교총은 이어 "교육과정과 수능이 따로 노는 '미스매치'가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다. 국민적 합의, 법적 안정성이 중요한 대입제도를 시안 발표 한 달도 안되서 갑자기 뒤바꾼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내년까지 완벽한 방안 마련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동안 분야별 평가 성과를 평가한 여론조사에서, 외교·복지 정책에 대해선 65%의 '잘했다' 응답을 받은 반면 교육은 35%의 지지를 받으면서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 7월 김상곤 부총리 취임 후 약 1개월이 지나 공개된 수능 개편 시안은 절대평가 부분 과목 적용 또는 전체 도입에 대한 2가지 안에 제시되면서 논란이 커졌고 결국 교육부는 아직 구성도 되지 않은 국가교육회의 등을 통해 향후 방안 마련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는 촌극을 빚어냈다.

    중3 학생의 경우 현행 수능 체제와 동일한 시험을 치르게 됐지만 중2의 부담감은 높아진 상태다. 수능 개편 외에도 대입정책 등을 포괄한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에 내놓겠다는 교육부 으름장에 애꿎은 중2 학생이 새로운 입시 체제를 맞이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중2 학생들이 날벼락을 맞게 됐다. 대입 전형을 세우는 상황에서 먼저 새 체제로 치르게 되면서 당혹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며 "현 중3의 경우 현 수능 체재로 시험을 보지만 새 교육과정으로 인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 유예로 가는 과정은 졸속인 거 같다. 유예를 했다는 것은 단계적 절대평가보다는 전면 도입을 예상, 이에 따른 변별력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중2 학생은 골치 아플 것이다. 중3의 재수 기피 현상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지만,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하면서 현 중학교 2~3학년 학생의 대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DB
    ▲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지만,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하면서 현 중학교 2~3학년 학생의 대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DB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육정책은 정답이 없다. 어떤 방법이든 말이 많이 나온다. 사회 혼란, 정권 부담감 등으로 유예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수정을 안 하는 게 교육정책은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다. 중3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2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 교육 정책만은 급진적 변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새로운 수능 체제를 피하게 된 중3은 새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부담감이 커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과 연계성이 결여되고 일선 고교에서는 3개년 교육 과정을 편성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병진 이투스 평가연구소장은 "급하게 처리한 탓에 충분한 검토, 의견수럼을 이루지 못했다. 애초 시안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2가지 안을 발표한 상황에서 대비하려 했던 중3 및 학부모는 혼란이 발생했다. 중3은 입시 안정성이 높아지더라도 내신 준비 과정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수업 부실화, 학습 부담 증대 등의 가능성도 있다. 고교에서 2018학년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현 중3은 3개년 교육과정 편성에 어려움이 따르는 등 내년 2월 이후 급하게 재편성하게 되고 이에 따른 완성도는 떨어질 것이다. 결국 현 중2·3 모두 혼란이 확대되는 셈이 됐다"고 우려했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정책을 흔든다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여당 의원들은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정청 회의에서 제기된 부분 등이 수능 개편안 연기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곤 부총리는 "정치적 개입은 있지 않았다. 1년 유예는 내년 8월 말까지 하는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편성 초기부터 함께 고려해야 할 수능 개편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 정부 교육개혁 방안을 1년간 마련한다고 하지만 많은 내용을 고민하고 결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3 학생은 고교 선택이 목전에 놓인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학 진학에서는 선택의 유불리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