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유치 위해 수백억 교단에 요청
  • ▲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서남대 학생들이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서남대 학생들이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폐교 절차가 진행 중인 서남대학교에 대해, 한남대학교가 인수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미 3차례나 새주인 결정이 좌절된 서남대 입장에서 재정기여자가 확보된다면 존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인수에 필요한 수백억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남대가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거나 교육부가 재정기여 정상화 계획을 반려할 경우 서남대의 폐교는 절차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한남대 학교법인 대전기독학원은 서남대 인수를 추진하기로 의결, 이에 필요한 자금은 대한예수교장로회에 요청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전기독학원은 장로교단 소속으로 이달 18~21일 열리는 총회에서 서남대 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 여부가 결정된다.

    인수 초기 자금은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의 교비 횡령액 333억원, 임금체불 등 180억원 보전에 필요한 500억~600억원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올해 8월 발표한 '2015 사립대학 및 법인 누적 이월·적립금 현황'을 보면 한남대의 이월·적립금은 304억원으로 나타났다.

    서남대 인수에 필요한 자금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남대는 장로교단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총회 개최 전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남대 관계자는 "법인에서 인수 작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장로교단 총회에서 자금 지원이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금이 많지 않은 상태라서 교단의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로교 총회 연금재단이 있는데 3천억~4천억원의 기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지원이 결정된다면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 정상화 계획서를 준비할 예정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남대가 서남대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숙원사업인 의과대학 유치다. 서남대는 의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재정 악화 등으로 인해 교육 여건이 나빠졌고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초 학교폐쇄 명령 계고로 폐교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명지병원, 예수병원 컨소시엄이 서남대 인수에 나섰지만 재정기여 방안 미비로 탈락됐다. 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서울시립대 등에 대해 교육부는 의대 중심 방안, 설립자 횡령액 미보전 등을 이유로 정상화 계획을 반려했다.

    서남대 폐교 수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남대 등장에 상황이 달라졌지만 교단 총회에서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 인수 절차는 사실상 무산된다.

    총회에서 자금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교육부가 정상화 기여 계획안 거부 시 한남대의 염원은 실패로 끝난다. 

    폐교 가능성에도 서남대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을 진행했다. 한남대 인수 추진은, 사실상 서남대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서남대 측은 "아직 학교폐쇄 명령 계고 상태다. 폐교에 대한 정식 통보, 집행은 없었다. 모집정지가 된다면 수험생의 수시 지원은 무효 처리된다. 한남대가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남대는 인수 계획이 결정되자 구성원 대상 설명회를 실시하고 최근에는 서남대 소재 전북 남원을 찾아 의견을 조율, 이달 27일에는 '서남대와 함께 가기 위한 바자회' 행사를 마련하는 등 의대 설치를 위한 행보을 넓히는 있다.

    무난하게 인수 자금을 확보하고, 정상화 계획안을 제출하더라도 최종 가부는 교육부가 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인을 통해 (서남대) 정상화 방안을 제출해야 하며 교육부에서는 이를 검토 후,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하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한다. 검토 기간은 1개월 이상 걸린다. 사분위 회의는 매월 한 차례 열려서 그 시기를 놓치면 다음 차수로 넘어간다. 아직 한남대에서 제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