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부스 비용 소요됐지만 '을'의 입장… 병협 회장 "날짜 잘못 정해 관심도 떨어져" 인정
  • 병원계 최대 연중 행사인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가 부족한 사전준비로 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에 걸쳐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 병원의료산업박람회'(2017 K-Hospital Fair)를 개최하고 있다. 의료기기 등 의료기관 관련 제품들을 전시하는 행사로, 올해에는 200여업체가 박람회 부스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주최 측이 밝힌 이번 행사의 참여업체 사용 부스 수는 450부스다. 1개부스 비용은 300만원, 설치 외 홍보기념품 등까지 부스 1개당 200만원의 설치비가 들어간다. 업체 전시 제품 특성에 따라 1곳당 3개부스에서 15개부스까지 사용해 3일간 전시회에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천만원대 비용을 들여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번 행사에 전반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추석 연휴를 앞두고 평일에 치러지는 행사 탓에 관심도가 다소 저조하다는 것. 실제 넓은 행사장에는 참관객이 드문드문 있을 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여타 박람회 행사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 ▲ 병원계 최대 행사인 '국제 병원의료산업박람회'가 열린 코엑스 행사장. 한산한 모습이다. ⓒ뉴데일리
    ▲ 병원계 최대 행사인 '국제 병원의료산업박람회'가 열린 코엑스 행사장. 한산한 모습이다. ⓒ뉴데일리


    예년에는 평일인 목요일과 금요일, 주말인 토요일 3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모두 평일에 행사가 진행됐다. 여기에 더해 최대 10일간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병원 의사들은 연휴 직전인 행사기간 폭탄급 외래 진료가 예약돼 있다.


    그러다보니 참석자들의 관심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실제로 박람회 부대 행사로 치러진 세미나 세션에 참여한 서울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추석을 앞두고 병원에서 연휴 전 외래를 60명을 갑자기 잡아놨다"면서 "행사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가야 해 아쉽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A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국내 의료산업 박람회 대표격인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에 비해 그렇지 않아도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업체들은 수천만원을 들여 행사에 참여하는데, 부스마다 참관객보다 해당 업체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B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행사 타이틀이나 시기 자체만으로도 관심도가 떨어지는데다가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코엑스 1층 행사장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층으로 위치 역시 좋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제' 행사 타이틀이 붙었지만 실제 외국업체 참여는 싱가포르 업체 단 1곳에 불과하다. 일본과 중국 업체 2곳이 참여했던 지난해보다도 줄어들었다.


    병원협회를 이끌고 있는 홍정용 회장은 이번 행사에 대한 아쉬움을 시인했다. 홍 회장은 지난 28일 한국여자의사회가 주최한 박람회 부대행사 세미나 현장에서 "날짜를 잘못 잡은 것 같다. 다음주가 연휴라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밀린 환자 챙기기에 바쁘다고 하더라"면서 "의료기관 책임자들도 '정신이 있니 없니'라고 할 정도다.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협회 차원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미 업체들은 수천만원의 비용을 썼다. 정작 피해를 본 업체들은 행사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다.


    A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병원협회의 힘은 막강하다. 의료기기업체 대부분의 주요 고객이 병원 원장들일 뿐 아니라, 업계 자체가 좁다보니 자칫 잘못 얘기가 나오면 업체 입장에서는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참관객이 많은 박람회만 참여하면 그것도 좋지 않게 본다. 부스 참여는 홍보에 방점을 뒀다기보다 결국 병원계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고 전했다.


    C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의료장비 특성상 박람회처럼 한곳에 설치해 홍보를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편의로운 것은 사실이다. 행사 자체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있지만 조금의 홍보효과를 위해서라도 박람회 참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행사 기획 관계자는 "전체 통계는 행사 마감이 지난 이후에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 지난번보다는 참관객이 많다"면서 "행사 이전이라는 측면에서 추석 날짜를 많이 고려하진 않았다. 해마다 업체 얘기를 듣고 행사를 기획하는 것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행사장 대관 역시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