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무회의서 공사 재개·탈원전 로드맵 의결"현장점검·계약변경 등 공사 재개 위한 절차 서둘러야"중단 타격 큰 중소업체 우선, 보상금 협의도 병행돼야
  • ▲ 신고리5·6호기 건설 현장. ⓒ연합뉴스
    ▲ 신고리5·6호기 건설 현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신고리5·6호기 공사 재개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정식으로 의결했다. 원전 시공사를 비롯한 건설업계에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정부의 탈원전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 20일 발표된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따른 원전 후속조치 등을 즉석안건으로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의 권고내용 및 정부방침(안)을 심의·토론한 뒤 신고리5·6호기 공사재개를 의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담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6월27일 국무회의에서 3개월간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사 재개 또는 중단 여부를 공론 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신고리 공론화위는 약 3개월간 운영을 마치고 지난 20일 '건설 재개' 의견이 59.5%로 '건설 중단' 비율 40.5%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섰다며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을 발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공론화위의 권고를 수용해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는 한편,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고리5·6호기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공사 재개 발표가 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사가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A건설 관계자는 "공사 중단시 전체 매몰비용이 수조원에 달하는데다 참여 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는데, 공사 재개 결정이 내려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사 재개를 위한 사전 절차들이 산재해 있는데다 탈원전 정책 가속화로 원전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100일가량 현장이 멈춰있었던 만큼 곧바로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 점검에서부터 공기 연장에 따른 계약 변경은 물론, 중단에 따른 보상금 산정 및 협의 등 여러 관련 절차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공사 중단에 따른 보상 문제다.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일시중단에 따른 유지비용을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발주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재·장비 보관 등 현장 유지관리 비용, 공사 지연이자, 추가 인건비 등 손실배상을 위해 1000억원가량 들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한수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동수급사의 도급계약서에 따라 추후 공사가 재개될 경우 해당 시점에서의 공사기간 변경일수를 산출해 계약기간 연장 및 이에 따른 비용을 한수원에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고리5·6호기 시공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이 맡고 있다. 공사 규모는 1조1775억원으로, 주관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이 51%이며 두산중공업과 한화건설이 각각 39%, 10%를 갖고 있다. 주변 부대설비 공사에는 SK건설을 비롯해 크고 작은 건설사와 협력사들까지 수백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정부가 공사 일시중단을 발표할 당시 760여개 업체가 참여했고, 투입된 인력은 5만명에 달했다. 종합공정률은 28.8%, 시공률은 10.4%였으며 1조6000억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자금난을 호소할 정도로 타격을 입은 중소 협력업체와의 보상 협의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협력사 직원들은 야근·휴일근무가 막혀 수당 등 수입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공사비를 보상받더라도 원전 전문 중소 협력업체들의 손해는 불가피한 만큼 부도 등 최악의 상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상 범위를 서둘러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신규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기로 하면서 신고리5·6호기뿐만 아니라 해외 원전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국내 원전시장이 위축될 경우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추산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건설 계획 물량 160기 수주 활동에서 국내 업체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1979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원전 산업 기반이 무너진 바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원전은 전문분야라서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 입장에서는 갑자기 일터가 사라지는 셈인데,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반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동안 축적한 원전 기술이나 전문인력 손실 등 원전 산업과 관련한 손실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규 원전 등 국내 관급공사가 줄어들면 건설기업 매출 창구 하나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원전 수출을 대안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해외 영업도 국내에 건설된 원전을 바탕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공사중단기간의 손실을 버틸 수 있는 처지지만,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그 정도가 가중될 수도 있다.

    원전설비 전문업체 B사 대표는 "당장 신고리5·6호기 건설이 결정돼도 2021~2022년 준공되는데,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원전(2032~2035년 준공)을 수주하더라도 4~5년간 '일감절벽'이 발생한다"며 "원전시장 위축에 따라 인력과 설비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