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등 탈락땐 일반고 배정 불이익 감수해야… 눈치작전 부담국제고 등 특목고, 지원율 하락·일반고 전환 가능성 제기
  • ▲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의 입시 동시 실시와 관련해 외고 등의 지원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원자 수는 줄어들더라도 국제고 등에 원서를 낸 학생이 불합격할 경우 원거리 일반고 배정 가능성에 고교 입시를 치르는 이들의 눈치작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2일 입법예고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인 외고·국제고가 전기모집 학교에서 제외되는 내용이 담겼고,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2019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외고 등은 일반고와 함께 고입 동시 실시가 이뤄진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현 고입 체제는 애초 취지와 달리 부작용을 낳았고, 공교육 전반의 혁신과 초중등교육 정상화에 한계를 보여줬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입시 위주 교육 기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과정보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입시위주 교육에 치중한 사례가 나타났다. 외고, 국제고 졸업생은 어문계열보다는 타 계열로 대학에 진학하는 등 특정 분야 인재 육성이라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선 선발권을 통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자사고의 경우 총 교과 이수단위(180단위) 중 국·영·수 과목 편성 시 50% 이하로 권장하고 있지만, 전체 학교 46개교 가운데 28개교가 절반 이상을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외고, 국제고의 어문계열 전공 대학 진학비율이 각각 31.9%, 18.1%에 불과하다며 일반고와 동등한 고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진행, 확정 시 안정적으로 고입 동시 실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입 체제가 달라지는 부분에서, 내년 특목고 등 고교 입시에 나서는 현 중학교 2학년은 대입에 앞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수능 개편안 확정을 교육부가 내년으로 미루면서 현 중2는 새로운 체제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고, 고입 동시 실시로 인해 선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 중2 학생은 수능 체제 개편, 고교 선택 갈등으로 이중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는 자녀가 일반고 중에서 명문고 진학을 봐야 할 지, 쉽게 내신을 올릴 수 있는 학교를 두고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외고, 자사고에서 탈락한다면 일반고 배정에 불이익이 있을지 여부는 사실상 예측할 수 없다. 중2는 지역 내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선택에 유불리가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내년 1학기 이후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고입 동시 체제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지원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합격으로 인한 원거리 일반고 배정 등 불이익 가능성에 지원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외고 평균 경쟁률의 경우 2016학년도 일반전형은 2.16대 1을 기록했지만 2017학년도에는 1.66대 1로 떨어졌다. 서울권 자사고도 1.94대 1에서 1.79대 1로 하락했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지원자 수가 학교별로 9~33% 감소했고, 지방권 외고 중에는 간신히 1대 1을 넘기는 학교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경쟁력이 없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가속화되고, 진로 변경·일반고 최상위권 내신 경쟁 등도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명문 자사고를 제외하면 미달될 수 있고, 우수 자원이 국제고 등을 기피하면서 일반고에서는 최상위권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자사고 중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면 일반고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달리 과학고·영재학교는 전기에 남아 있어, 자사고를 준비하던 자연계열 지원자는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초중등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고입 동시 실시를 추진하다고 밝혔지만, 2019학년도 고교 지원에 나서는 중2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눈치작전을 벌여야 하는 부담이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성호 대표는 "외고, 자사고 불합격으로 비교육특구 학생들은 하위권 일반고 배정으로 학교선택권이 위축되고, 통합선발로 불이익이 더 크게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혼란 방지 등을 위해선 "일반고도 경쟁률 등을 공개해야 한다. 외고, 자사고 지원에 문제가 없는 지역에서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지원을 기피하게 된다면 정작 실질적 지원에 나서려는 학생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