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회담 시 T-50 구입 제안, 금번 정상회담 의제포함 불분명
미국측 구체적 시그널 없어…특정 기종 언급 어려울 듯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 정상외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공식화됐다 . ⓒ 청와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 정상외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공식화됐다 . ⓒ 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 정상외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세일즈는 우리 측이 먼저 제안한 측면이 크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서 열린 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전투기 구입의사를 전달했다. 

동시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한 고등훈련기(T-50A)를 미 공군이 구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연이어 문제삼자 이를 완화시킬 대안으로 '무기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방안이 있느냐"며 놀라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공군은 내달말 17조 규모의 차세대 고등훈련기(APT) 사업자를 선정한다.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와 경쟁 중에 있다. 


◇ 美, 한국산 구입 언급 없어…특정 기종 언급 어려워  

문제는 양국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무기 구입에 관한 언급만 했을 뿐 한국산 무기 구입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수십 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구입하기로 이야기 했다"면서 "전투기나, 미사일 모두 미국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했다. 

또 미국 유권자를 향해 선언하듯 "무기수출은 미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최첨단 군사 정찰자산의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 즉시 개시 △미사일 탄두 중량 완전 해제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및 인근 지역 순환배치 확대 및 강화를 약속했다. 

양국 간 발표 내용에 한국의 '무기구입'만 포함되다 보니 향후 우리나라의 무기 쇼핑리스트만 채워지는 형국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F-35A 스텔스는 이미 40대 구매계약을 체결해 내년부터 총 40대가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에 성공한 T-50A 전투기. ⓒ KAI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에 성공한 T-50A 전투기. ⓒ KAI


  • 업계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서 T-50A 수출건이 의제로 올랐더라도 이를 공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장 내달 최종 입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가 양국 정상 회담서 특정 기종을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한미FTA 재협상 앞두고… 트럼프 청구서 변수 

    방산업계에서는 한미간 군사 협력강화에 대해 반기는 기류가 높다. 

    양국 무기 공동개발이 이뤄진다면 향후 T-50A와 같은 모델이 탄생할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 데다가 우리나라의 첨단 무기체계의 국산화와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간 군사 협력강화의 시발점이 T-50A 구입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영수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앞세워 한미FTA 재협상을 줄기차게 주장했고 끝내 관철시켰다. 미국 내 양국 간의 무역 균형이 맞춰졌다는 평가는 아직 그 어디에도 없다. 

    이제 막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개시된 상황이고 내년초 양국 간 협상에서 어떤 문제가 제기될 지 미지수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 정상외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공식화됐다 . ⓒ 청와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 정상외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공식화됐다 . ⓒ 청와대


  •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무기 판매로 실리를 챙기면서도 한미FTA에 관해서 국내 여론을 의식해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언급을 자제하며 향후 협상의 폭을 활짝 열어둔 상태다. 

    KAI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효과'에 대한 유불리를 섣불리 판단하기 보다는 기존대로 수주전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문재인정부 들어 석달 간 검찰조사를 받으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방산비리로 출발한 검찰수사는 하성용 전 사장의 개인 비리와 채용비리를 잡아내는데 그쳤다. 

    이에 지난달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의 김조원 사장이 내정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록히드마틴에 그동안의 검찰수사 결과 내용, 기업 투명성 등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다.  

    KAI 관계자는 "한미FTA를 비롯해서 양국간 경제·군사 협력이 폭넓은 분야에서 이뤄질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아무것도 속단하기 어렵다. 우리는 하던대로 내달까지 수주전에 나설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