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부담 사라져
  • ▲ 지난 9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 앞에서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준비위원회 회원 등이 사립대학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9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 앞에서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준비위원회 회원 등이 사립대학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입학 시 신입생에게 징수되는 입학금이 단계적 인하를 통해 실질 비용만 납부하는 형태로 개편된다.

    입학금 제도 개선에 대해 대학-학생-정부는 그동안 논의를 진행했고, 향후 4~5년간 기한을 두고 최종적으로 현재 수준에서 5분의 1으로 줄이는 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2022학년도부터 전국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납부하는 입학금은 10만원대로 낮아지는데. 정부가 국가장학금II유형을 통해 입학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학생 부담은 사라질 전망이다.

    대학들은 이번 합의에 학령인구 감소·등록금 동결·입학금 축소 등 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학·학생·정부 간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는 최근 4년제 사립대 입학금 폐지를 합의하고 세부 조율 거쳐 내년부터 평균(77만3천원) 미만을 징수하는 대학은 2021년까지, 평균 이상인 대학은 2022년까지 각각 매년 20%, 16%씩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2~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1~2022학년도부터 사립대는 실소요비용에 해당되는 입학금만 징수하게 되며, 정부가 국가장학금II유형 지원에 나서면서 사실상 학생·학부모의 입학금 부담은 없어진다.

    이번 합의 과정에는 대학생 대표 3명,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 대학 대표단 3명, 교육부 등이 의견을 조율했다.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담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전국 국공립대는 지난 8월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사립대는 입학금 폐지 시 재정 악화를 우려했다. 이에 대해 사총협이 재정 지원 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일괄 폐지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등록금 1.5% 인상 조건을 사총협이 제시하자 합의는 결렬됐고, 교육부는 이달초부터 대학-학생대표가 참여하는 입학금 제도 개선 회의를 진행하면서 재차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전국 사립대 운영 수입(2015년 결산 기준)을 분석한 결과, 전체 수입 중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1%(3942억원)를 차지했다.

    교육부는 전국 80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입학금 사용 현황 조사에 나섰고, 전체 비용 중 약 20%만 입학에 필요한 실소요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입학금 폐지 합의로 전체 4년제 사립대 입학금 수익은 연도별로 2018년 914억원, 2019년 1342억원, 2020년 1769억원, 2021년 2197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대표로 나섰던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합의를 놓고 어려웠던 부분은 입학금을 실비로 어떻게 인정하느냐 여부였다. 사립대에서는 더 인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조율을 진행하면서 정부가 마지막 20%를 부담하는 방안으로 마무리됐다. 최종적으로 학생 부담은 제로(0)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학금 단계적 폐지와 관련해 교육부는 일반 경상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정사업을 지원하고,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투자 확대 등 참여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4년제 대학의 경우 합의를 마쳤지만 전문대는 향후 조율을 통해 폐지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참여는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총협 차원에서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모든 대학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금 폐지에 참여하는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사업, 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단계적 입학금 폐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대는 입학금 폐지와 관련해 추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들은 다소 고민하는 모습이다. 입학금 수익이 줄어들면서 재정지원 사업을 바라봐야 하고, 장기적으로 교육 투자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소재 A대학 관계자는 "입학금에는 입시홍보 비용 등도 포함된다. 앞으로 지역 입시 행사 등은 축소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단계적 축소가 이뤄진다는 부분에서 향후 상황에 대한 대비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거 같다"고 내다봤다.

    B대학 측은 "대학 전체 운영의 60%는 인건비로 투입하고 있다. 연간 50억원의 입학금 수익이 있다면 입학금 단계적 폐지로 최종적으로 10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이에 대한 일반재정지원사업을 받게 되더라도 교육부 간섭이 있지 않을가까 우려되기도 한다. 수익이 줄어드니 신규 교원 채용, 시설 투자 등도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국공립은 관계없지만 사립대는 전형료 인하에 이어 입학금 폐지로 부담이 커진다.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어려워지게 된다"며 좋지 못한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