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기인사 앞두고 인사청탁·줄대기 여전취임 초 강조했던 실력기반 인사원칙 통할까
  •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뉴데일리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뉴데일리

    KB금융 정기인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주 계열사 CEO 인사에 이어 내주 임원, 부서장 인사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는 윤종규 회장 연임 성공과 함께 허인 국민은행장 선임, 공석인 상임감사 자리도 채워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곧 단행될 KB금융 임원인사 기대감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윤종규 회장 연임 직후에는 올해 정기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시기를 조정하지 않고 예년과 똑같은 시기에 정기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 안정은 물론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선심성 인사를 베풀기보다 실력과 성과를 우선으로 한 인사 기조를 그대로 지키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동안 윤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살펴보면 성과를 기반으로 공정한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B사태 직후인 지난 2014년 10월 회장 내정자로 처음 취임했을 당시 '새로 산 수첩'을 언급하며, 만약 인사 청탁을 한 사람이 있을 경우 이름을 적어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은행권이 관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인사철을 앞두고 국회나 금융당국, 사외이사 등 각종 인맥을 총 동원해 청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KB금융에서 줄대기 인사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당시 윤 회장은 "제발 쓸데없는 청탁은 일체 하지 말길 바란다"며 수첩을 새로 산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KB금융 회장으로 첫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성과와 역량 위주로 인사를 단행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윤종규 회장 취임 후 KB금융은 해를 거듭할수록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해 과거 리딩뱅크의 영광을 되찾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금융지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금융그룹에 걸맞은 위상을 되찾았다. 

어렵게 손에 쥔 리딩뱅크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윤 회장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부정청탁이나 줄대기 보다는 실력 있는 임원들을 대거 발탁해 다른 금융사와의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도 KB금융 임원 자리를 노리고 청탁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실력과 능력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외쳐도 인맥을 동원한 줄대기에 목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3년 더 KB금융을 이끌게 된 윤종규 회장은 취임 초 새로 샀던 수첩을 아직도 갖고 있을까. 

만약 윤 회장이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수첩을 간직하고 있다면, 올해 연말에는 그 누구의 이름도 적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