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말~싱 고속철, 정상외교 의제에서 빠져초도발주 17조 APT, 정부 지원 '조용'

  • ▲ 아랍에미리트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UAE 바카라 원전 완공 기념식에 참석한다. ⓒ 청와대
    ▲ 아랍에미리트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UAE 바카라 원전 완공 기념식에 참석한다. ⓒ 청와대


문재인 정부의 해외 수주 전망이 불투명하다. 평창올림픽과 UAE원전의 다음이 안보인다는 지적이다.

수십 조원이 걸린 사업권을 놓고 경쟁국은 저마다 정상외교를 통한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아쉽게도 한국은 컨트롤타워 정비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주전에서 한발씩 뒤로 밀린 형국이다.

이르면 내달 중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노후 훈련기 교체 사업자 선정이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찌감치 수주전에 나서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지원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사업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11월 이뤄진 '정상외교'에서 의제로 오르지도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에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이 진행 중이지만 사업자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장은 아직도 '공백' 상태다.


◇ 말~싱 고속철, 中·日 정상 발벗고 나서는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규모는 16조원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인접한 신도시 반다르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 주동이스트까지 350km 잇는 사업이다. 

오는 6월말 입찰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일즈 외교에 발벗고 나섰으나 우리나라는 조용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서 양국 정상을 만난 자리서 고속철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달초 싱가포르를 찾아 우리기업의 참여를 당부했을 뿐이다. 일본과 중국 정상이 각각 대규모 차관지원, 금융지원 및 기술이전을 약속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전 정부 추진사업에 대한 홀대론 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번 고속철 사업을 따낼 경우, 향후 다른 국가의 고속철사업은 물론 건설·통신 등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유럽까지 가세했다.  

◇ 초도발주 17조 달하는 APT…정부 '조용'  

미국 공군의 노후 고등훈련기 교체(APT·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에도 정부는 조용하다. 

지난해 방산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은 KAI는 새 사장으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임명되면서 수주에 기대감을 높였다. 김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친문인사로 정부와 소통이 가능한 인사로 꼽혔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가 APT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보고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수주 일정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서 이 문제를 한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양국 협의 테이블에 의제로는 오르지 못했다. 

  • ▲ 미국 공군의 노후 고등훈련기 교체(APT·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에도 정부는 조용하다. ⓒ KAI
    ▲ 미국 공군의 노후 고등훈련기 교체(APT·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에도 정부는 조용하다. ⓒ KAI


  •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속에 KAI 역시 이 사업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하성용 전 사장은 APT를 KAI의 핵심사업으로 분류했으나 김조원 사장은 취임 이후, 발표한 뉴카이(NEW KAI) 선언에서 APT를 제외시켰다. 

    김 사장은 "수주전은 1원, 1센트까지 감안해야 할 정도로 가격이 중요한 변수"라면서 "KAI가 저가수주에 나서며 손해까지 볼수는 없으니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APT사업은 초도물량만 17조원에 달한다. 이후 제 3국 수출물량까지 더해지면 최대 100조원으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 대통령·장관 뛰지만… 정작 한전·한수원은 사장 조차 없어

    비교적 정상외교를 포함한 세일즈외교에 적극적인 분야는 원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6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바카라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바카라 원전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국 기관·기업이 최초로 해외에 지은 원전이다. 바카라 원전의 성공이 향후 사우디 원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총 20조원 규모의 원전 2기를 짓는 예비사업자 선정을 이달말 진행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경쟁중이다. 

    사우디는 이번 2기 건설을 출발로 향후 16기의 원전을 짓는다. 첫 계약을 따낸다면 남은 원전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 ▲ 비교적 정상외교를 포함한 세일즈외교에 적극적인 분야는 원전이다.  바카라 원전의 성공이 향후 사우디 원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은 UAE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모습.  ⓒ 청와대
    ▲ 비교적 정상외교를 포함한 세일즈외교에 적극적인 분야는 원전이다. 바카라 원전의 성공이 향후 사우디 원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은 UAE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모습. ⓒ 청와대


  • 정부는 국내서는 탈원전을 추진하지만 해외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는 투트랙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미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주 간격으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각각 찾아 세일즈외교를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적극적이다. UAE의 바카라 성공을 통해 우리 원전의 안전성, 우수성을 대내외 널리 알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책사업의 실무를 담당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신임 사장 임명이 여지껏 이뤄지지 않은데 있다. 

    이 때문에 백 장관은 양국 방문을 나홀로 진행했고 문 대통령 역시 바카라 원전 기념식 행사에 한전 김시호 사장 직무대행과 한수원 전영택 사장 직무대행이 수행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에 실무를 담당한 공기업의 수장이 없다는 것은 상대국 신뢰를 깎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과 한수원은 각각 내달 중에는 새 사장을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한전과 한수원의 사장 후보 추천안을 의결했다. 한전 사장 후보는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이고 한수원은 정재훈 전 산업기술진흥원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