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공부문에 주택사업마저 하향국면… 채산성 위험주택사업 공사잔고‧신규수주 줄 경우 외형감소 '불가피'
  •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주택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두산건설 등 신용등급 'BBB' 이하 중견건설업체들이 수주 감소 등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쪼그라든 발주물량을 두고 주택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건설사들과 펼칠 수주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은데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하지 못해 그 여파를 고르게 분산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 '주택경기 하강 국면 진입에 따른 영향 및 건설업체별 대응능력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김미희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주택경기 하강 국면에서 건설업체들은 수익성 하락, 신규수주와 외형감소, 운전자본부담 가중 등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주택경기 위축으로 원가조정에 따른 초과이익이 사라질 전망이다.

    한기평이 2014년 이후 착공한 건축사업 원가율을 분석한 결과 이전 평균보다 2%p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희 책임연구원은 "수익성이 낮은 건축부문 매출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해외나 공공부문 실적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사업마저 하향국면에 접어들면 점진적으로 채산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신규분양 예정물량은 42가구에 달하지만 부동산규제 강화와 금리상승 등을 감안할 때 실제 분양수준은 계획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분양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2~3년간 양호한 외형은 유지하겠지만, 대형 주택사업 공사잔고와 신규수주가 줄어들면 외형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주택시장에서는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분양 단지가 늘고 있다. 따라서 주택경기 냉각의 영향을 흡수할 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실한 기업은 그 여파를 분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조직이 갖춰져 있지도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며 "대부분 중소·중견건설사들은 어떠한 전략도 마련하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택공급 증가와 규제 강화로 주택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지연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이는 건설사 자금회수에 차질이 생겨 운전자본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만큼 이자부담도 크다"며 "이자부담은 또 다른 사업에 지장을 주고 결국 자금조달 부담이 뒤따라 중소·중견건설사들이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향후 건설사 신용도는 업체별 대응 능력에 따라 차별화될 전망이다.

    2013년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주요 건설기업 12곳의 건축 부문 영업이익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주택경기가 하강할 때는 BBB급 이하 업체들의 수익성 하락폭이 훨씬 컸다.

    김 책임연구원은 "대다수 건설사들의 건축 부문 수익성 저하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주택 브랜드 인지도가 뛰어나고 수주경쟁력이 우수한 대형건설사에 비해 BBB급 이하 중견건설사의 수익성 하락폭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사업 비중이 평균 수준(40%)을 넘고 건축 부문 매출 의존도가 50% 이상인 △한신공영 △계룡건설산업 △태영건설 △두산건설 등의 위험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GS건설 △대우건설 △한신공영 △두산건설은 미입주 발생에 따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두산건설을 제외하고는 재무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입주물량에서 미입주 위험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위험을 높일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특히 두산건설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밑돌았지만, 위험지역 입주물량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평이 입주지연 위험지역으로 본 곳은 경기도의 경우 화성시·평택시·오산시·안성시 등이고, 지방은 경상도·충청도·울산 등이다.

    두산건설은 또 대우건설과 함께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 미입주 등 경기 대응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양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비중이 50%를 웃돌았다. 대우건설은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6년 이후 단기차입금 비중이 급격히 확대됐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2015년 이후 차입 규모를 축소한 반면, 입부 업체는 계열사 자금지원, 우발채무 현실화 등으로 차입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택경기가 워낙 좋아 대부분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향후 주택경기 하락시점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안정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상황"이라며 "건설업체들의 주택사업 관련 위험을 예측해 위험 수준이 높은 업체와 문제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