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신한은행·카드·캐피탈 등 계열사 재검사 착수자체 결과 스스로 뒤집어 금감원 검사 신뢰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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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비리 의혹 조사 관련 금융당국의 입장이 번복되면서 은행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채용비리 검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사가 이미 끝난 신한은행을 재조사한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업계 혼란만 키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카드‧캐피탈 등 신한금융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오는 12일부터 채용비리 관련 재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지난 12월과 1월 검사 당시 채용비리 의혹을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으나 최근 언론 제보 이후 재검사를 진행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했으나 신한은행에서는 의심 가는 부분을 찾지 못했고, 국민‧하나‧광주‧대구‧부산은행 비리 의혹에 대해서만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최근 2015년 이전에 일어난 전직 은행장, 임원 자녀들이 신한은행에 입행한 사례가 알려지자 금감원은 신한금융을 상대로 재검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스스로 자체 조사 결과를 부인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채용비리 검사 진행 당시 조사 기간을 2015년에서 2017년 사이로 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인데 갑자기 태도를 바꿔 과거 사례까지 모두 들춰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연루된 하나금융지주 채용비리 의혹 관련 추가 조사 진행 당시 다른 은행으로 검사를 확대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 후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금융당국의 입장을 순식간에 바꾸면서 금융권 전체적으로 혼란만 커지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금감원이 뚜렷한 검사 기준 없이 그저 특정 금융회사와 CEO를 겨냥해 무차별적인 검사를 진행한다면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은행들의 경영 환경 역시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의혹 검사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사 CEO들은 자사주 매입 외에 뚜렷한 경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모두 연임에 성공한 뒤 장기적으로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채용비리 악재 이후 조용한 모습을 유지 중이다.

타 금융지주 대비 상대적으로 채용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웠던 신한금융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이나 ING 인수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왔으나, 금감원의 입장 번복으로 경영 행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의 재조사는 특정 금융사만 콕 찍어 고무줄 잣대를 들이미는 것과 다름없다"며 "금감원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인해 금융권 전체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