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외면하는 시대 돌파구는 크리에이티브 중 '재미'끊임없이 메모하는 습관, 크리에이티브 원천
  • ▲ 방은하 HS애드 ECD ⓒ공준표 기자
    ▲ 방은하 HS애드 ECD ⓒ공준표 기자


    "재미있게 얘기를 해야 그 다음에 광고에 담긴 좋은 메시지도 들립니다."

    최근 HS애드 본사에서 만난 방은하 ECD(제작전문위원)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방 ECD는 졸업과 동시에 25살의 나이로 결혼, 임신을 해 27세에 애 딸린 유부녀로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디뎠다. 작은 마케팅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20만원을 받으며 야근을 불사하던 그는 이후 브랜드 서비스, 브랜드 광고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섭렵했다. 지난 2010년 2월 HS애드에 책임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해 같은해 8월 GCD(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2015년 5월 ECD가 됐다.

    방 ECD는 갈수록 광고를 회피해가는 시대에 소비자들을 붙잡으려면 크리에이티브 중에서도 특히 '재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미는 억지로 웃기려는 게 아니라 그 광고에 사람들이 동참하게 하는 것"이라며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해야 그 다음에 담긴 좋은 메시지도 들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미는 스토리텔링과 교감을 통해 전달된다는 것.

    ◆ 흥행의 3가지 공식… '공감', '표현방식', '위트'

    방 ECD의 주요 캠페인인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우리가 어떤 민족이랬지' 편은 2014년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통합 미디어 부문과 인쇄광고 부문 대상을 받았다. 특히 배민 광고가 크게 히트치면서 배달앱 시장 규모 성장까지 견인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민 광고가 이처럼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 ECD가 말하는 흥행의 공식 세 가지는 공감, 남다른 표현 방식, 위트였다.

    그는 "히트의 요인에는 두 가지 큰 요인이 있다"며 "첫 번째는 엄청난 공감, 두 번째는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다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 ECD는 공감을 얻기 위해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들도 인정하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독특한 배달 문화에 주목했다. 이를 색다르게 표현하기 위해서 순접이 아닌 역접을 활용하고, 낯선 것과 이질적으로 결합해 '케미(조화)'를 발생시키기 위해 다른 장르인 영화를 광고에 접목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광고 로케이션 장소가 아니라 실제 영화를 찍는 로케이션 29곳에서 75시간의 촬영 끝에 나온 광고는 완성도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기에 '위트'도 첨가했다. 방 ECD는 "요즘 가장 큰 칭찬이 재밌네"라며 "깔깔 웃게 하는 'fun(재미)'이 아니라 굉장히 솔깃하게 하고 흥미롭게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위트"라고 말했다. 이어 "셋 중 하나만 잘해도 좋은 캠페인이 될 수 있지만, 셋 다 맞아떨어지면 폭발력이 대단해진다"며 "(배민 캠페인은) 세 가지 요소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배민 캠페인의 성공에는 광고주의 용단도 한몫 했다.

    "좋은 광고는 광고주가 만듭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소신껏 갖고 갔을 때 알아봐주는 안목도 중요하죠."

    국내 스타트업이 일반적인 15초 TV CF 광고의 4배 길이인 1분짜리 광고를 론칭하는 것은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방 ECD는 "스타트업 기업이 그런 포맷과 길이, 매체를 선택하기 힘들다"며 "배민이라는 회사 자체가 크리에이티브하고 안목과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캠페인 진행이) 가능했다"고 광고주를 추켜세웠다.

    배민과 HS애드는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 2.0' 캠페인에 돌입했다. 기존에 성공한 캠페인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은 어떻게 떨쳐냈을까. 방 ECD는 이번 캠페인에서 '지속가능한 브랜딩'에 역점을 뒀다.

    1세대와 다르면서도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캐릭터 '독고배달이'를 만들고, 변화와 계승을 담았다. 1탄에서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입니까'라고 물었다면, 2탄에서는 '팥빙수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감탄사로 답했다. 팥빙수, 우럭회,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기존에 배달이 안 되던 품목들까지 배달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배민 캠페인 카피에 대해 "저는 딱 정의를 내리고 할 말을 야무지게 끝내기보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물어보며 소비자와 얘기를 즐겁게 하는 느낌을 중요시한다"며 "브랜드 자체를 내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래, 우린 배달의 민족이었지'라고 소비자가 대답하게끔 약간의 여백을 남겨두고 끝냈다"고 언급했다. 스토리텔링과 교감을 나눈 뒤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겨뒀다는 것이다.

    ◆ 힘든 때일수록 결론은 크리에이티브

    갈수록 광고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018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SXSW)에서 루퍼트 매코닉은 '누구도 광고를 보지 않고 있다. 모두가 광고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운 업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 ECD의 타개책은 무엇일까.

    그는 시종일관 기승전'크리에이티브'를 외쳤다. 방 ECD는 "(광고는) 모두가 달가워하지 않는 게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건 크리에이티브"라며 "동영상, 영화, 예능보다 15초지만 보게 되는 만드는 힘의 근원은 바로 크리에이티브"라고 말했다. 이어 "형태나 툴의 새로움은 금방 사라지고 결국 원점은 크리에이티브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손편지에서 이메일로 툴은 끊임없이 변해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이며, 본질적인 크리에이티브의 가치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 방은하 HS애드 ECD ⓒ공준표 기자
    ▲ 방은하 HS애드 ECD ⓒ공준표 기자


    크리에이티브를 쌓기 위해 방 ECD는 끊임없이 메모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인터뷰하는 내내 그는 연신 펜을 끄적이며 메모를 하고 있었다.

    "전 메모를 많이 해요. 아이디어를 낼 때는 온세상이 저한테 알려주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순간적으로 제가 관찰한 것들을 계속 저장하는 거죠. 저한테 어떤 느낌을 준 조각들을 계속 간직하는 것 같아요. 모아둔 재료가 당장 쓰이진 않아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생판 다른 일에 스파크가 될 때가 있죠."

    그에게 메모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방 ECD는 "메모를 한다는 건 굉장히 열심히 산다는 증거"라며 "평범한 것에 촉수가 열려있는 게 크리에이티브인 것 같다"고 표현했다.

    방 ECD의 크리에이티브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제가 좀 계획없이 살아요"라고 실토했다. 한 번 일을 시작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사람들에게 좋은 울림을 주는, 세상을 바꾸는 광고에 대한 열망은 여전했다. 방 ECD는 "인간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