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행시·산업부 출신 각별 인연 불구 대립각
  • ▲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 ⓒ 한전
    ▲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 ⓒ 한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수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금껏 해온대로 한전이 주도하고 한수원 등이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수출 주도권은 한수원이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밀어붙이기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되면서 두 기관 모두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는 일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면서 기관 간에 원전 수출 쟁탈전이 벌어진 셈이다. 정부는 국내 원전은 중단했으나 해외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 정재훈 "한전 하도급 싫다"… 한전 "기존대로"  

    원전 수출 샅바싸움의 테이프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끊었다. 그는 이달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전이 위에 있고 우리가 하도급 같은 그런 분위기는 싫다"고 했다.

    정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까지는 '팀 코리아'란 이름으로 하나로 움직여 대외창구를 한전으로 하기로 했지만 이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필리핀 등 수출은 한수원이 맨 앞에서 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수출 역량은 원래 한수원에 있는 것인데 한전을 창문으로 쓸 것이냐는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앞서 아랍에미레이트(UAE) 바카라 원전 수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뉴젠 원전까지 원전 사업 총괄은 한전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원전운영사업자인 한수원은 협상을 돕는 위치에 있었다. 

    반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원전 수출 주도권을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김 사장은 26일 원전 수출과 관련해 기존대로 한수원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맏형으로 자회사들과 팀 코리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한국 내에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전과 한수원, 한전KPS, 한전기술 등 그룹사와 제작사, 시행업체, 금융기관 등이 하나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 ⓒ한수원
    ▲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 ⓒ한수원
    ◇ 성균관대·행시·산업부… 공통점 투성인 두 기관장   

    두 기관장이 원전 수출을 둘러싼 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인연은 각별하다. 대학 동문에 행시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행시 17회,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6회다. 또 나란히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공직에 입문한 뒤에는 산업부 내에서 통상 무역 분야를 필드 삼아 각각 산업부차관과 차관보까지 승승장구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이 과열 경쟁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0%에서 4분기에는 65%로 하락했다. 급기야 올 1분기에는 56.5%까지 추락했다. 예방정비 등의 이유로 전체 24기 중 8~10기의 원전이 멈춰선 탓이다. 

    같은기간 한전과 한수원의 실적은 바닥을 쳤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2분기 연속 적자가 났지만 내부적으로 견딜만 한 상황"이라고 했으나 한전은 지난 4월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또 올 2분기에도 3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되자, 올해 예산의 최대 30%를 절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나 한수원이나 값싼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해 돈버는 시대는 탈원전 1년 만에 끝났다고 봐야한다"면서 "예전 같으면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겠지만 한수원은 해외 수출마저 끊기면 생존 위기를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