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브로이·제주맥주 등 국산 수제맥주 회사들은 적극 지지 "맛과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 갖추는 기회 될 것"
  • ▲ 세븐브로이 수제 맥주. ⓒ세븐브로이
    ▲ 세븐브로이 수제 맥주. ⓒ세븐브로이
    국산 맥주에 대한 세금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세법 개정안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그간 수입 맥주에 비해 더 비싼 세금을 내 왔던 국산 맥주들이 '맛'과 '품질', '가격경쟁력' 면에서 수입 맥주와의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경쟁력을 가진 중소 규모 국산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 제조업체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맥주의 주세 체계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자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맥주의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자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했고 기재부가 국세청이 건의한 주세법 개정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주세법 상 수입원가에 주세 72%가 붙는 수입 맥주와 달리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판관비+이윤 모두 합친 것에 72%가 붙는 구조다. 

    수입맥주는 국내에 유통하는 이윤·판관비(유통비 등)에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국산 맥주는 해당 항목에도 세금을 내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난 2017년 감사 보고서 기준, 국내 대기업 맥주는 매출액 대비 주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45%, 수입맥주의 경우 2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수입 맥주에 세금이 덜 붙어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맥주에 한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산과 수입에 관계없이 맥주에 붙는 세금 기준을 똑같이 개정한다면 국산 맥주의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행법 상으로는 같은 맥주도 국내에서 생산하면 더 높은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일부 국내 맥주 회사들은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해 판매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정확한 원가는 공개하지 못해도 맥주 양은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 맥주든 수입 맥주든 수입, 판매량에 대비해 투명하게 주세를 납부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고품질 원료를 사용해 원가가 높아지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고품질 맥주들도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유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5개국(멕시코, 터키, 칠레, 이스라엘)만이 종가세 세금 구조를 갖고 있어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 제주 위트 에일.ⓒ뉴데일리DB
    ▲ 제주 위트 에일.ⓒ뉴데일리DB
    맥주에 대한 주세법 개정안이 논의되자 주류업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 등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적극 지지하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 최초의 수제 맥주 기업인 세븐브로이 관계자는"국산 수제 맥주는 맛과 품질은 수입맥주에 비해 뛰어나지만 4캔에 1만원인 수입맥주와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외면받아왔다"며 "맥주 주세법이 개정되면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가 맛과 품질, 가격 경쟁력 면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시장 진출에 나선 제주맥주 관계자는 "올해 주세령 개정으로 크게는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의 소매점 판매 허용, 과세표준 경감 등이 있었지만 시장에 안착하기에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결과제는 공정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세법 개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산 크래프트비어는 모든 브루어리들이 경쟁 관계가 아닌 연대 관계로 맥주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가야 하는 단계"라며 "제주맥주는 이러한 움직임을 함께 끌어가도록 패키징, 연구실 지원 등 최대한의 상생을 할 준비가 되어있고 종량세로의 개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산 수제 맥주 업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대형 기업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형 주류 업체들은 국산 맥주도 판매하고 있지만 수십종의 수입 맥주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 주류 업체가 나서서 주세법 개정안을 지지할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세법이 바뀌게 돼 국산 맥주에 대한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다른 명목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기본적으로 크게 깔려있다"며 "아무래도 정부 눈치를 많이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류업계의 관계자는 "맥주 주세법이 개정되면 모든 맥주에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가격이 아닌 맛으로만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맥주에 대한 세금 역차별로 인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는데 그런 우려도 없어지고 국내 일자리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세금 체계를 바꾸는 일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나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맥주에 대한 주세법이 개정되면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공식이 깨질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값에 수입 맥주를 마실 수 있었는데 주세법 개정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맥주 주세법이 개정된다 해도 소비자들은 '4캔에 1만원' 수입 맥주를 계속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주류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류업계 측은 "현재 국내에 600~700개가 넘는 수입 맥주 브랜드가 들어와 있는데 상위 10% 브랜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름 모를 저가 맥주 브랜드"라며 "아사히나 기네스 같은 인기 프리미엄 맥주들은 수입 원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세법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오히려 프리미엄 제품은 조금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이름 모를 저가 맥주들의 세금 부담은 늘게 돼 소비자들은 더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