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꼼수'에 당했다

뛰는 국토부 위에 나는 BMW… '무상수리'로 '리콜' 감시망 벗어나

뒤늦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검토, 전문 조사인력확충

임정환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8-07 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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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기자회견.ⓒ뉴데일리DB


비엠더블유(BMW)가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여러 꼼수로 자발적 리콜을 차단하며 정부 감시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뛰는 국토부 위에 나는 BMW가 있었던 셈이다.

◇BMW "유럽에선 리콜 대신 무상수리 할 것"

국토부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방한한 BMW 본사 기술임원들이 외국에서도 EGR 결함으로 말미암은 화재 발생 사례가 있음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사례가 있어 리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며 "관련 통계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BMW 측은 서울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6년 유럽에서 유사 사례가 있었지만, 한국에서처럼 단기간에 빈번하게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며 "전 세계 방대한 자료를 취합해 분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다만 BMW 측은 국토부 설명과 달리 유럽에서는 리콜이 아니라 캠페인 형식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무상 수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BMW 측이 무상수리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 리콜을 피하는 방법으로 정부의 감시망을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국토부는 기자들과 만나 BMW 측이 3일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관련 기술근거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유독 한국에서만 BMW 차량 화재가 잦은 데 대해 "같은 사례로 리콜이 이뤄진 건 확인되지 않는다"며 "외국에서의 (자발적) 리콜도 거의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차량 제조사의 양심에 기대 자발적 리콜 여부를 살필 때 BMW 측은 유럽 등에서 캠페인 형식을 빌려 리콜 관련 레이더망을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BMW 측이 하루에 이뤄지는 결함정보 보고가 100만건에 육박한다는 점을 악용해 사고조사를 불성실하게 함으로써 사고를 은폐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BMW의 차량 화재사고 보고서는 총 20건이다. 이 중에는 지난 4월 환경부에서 승인한 EGR 밸브·쿨러 관련 리콜이 포함돼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제작자가 사고조사 보고서를 리콜센터로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 사례는 차량이 모두 불에 타 원인 확인이 곤란했다. 그러나 1건에서 이번에 불이 난 곳으로 알려진 흡기다기관에 화재가 집중되면서 전소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다.

그러나 BMW 측은 '원인 미상'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앞선 사례에선 대부분 전소돼 원인을 확인하기 곤란했지만, 1건의 경우 일부만 불에 탔음에도 보고서에는 원인 미상이라고 돼 있었다"고 했다. BMW 측의 사고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은폐 의혹까지도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제작사가) 결함 가능성을 숨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유독 520d 모델에서 화재가 집중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조사 자료 일체를 6월25일과 7월5일 2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본사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BMW 측이 답변을 미루자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를 국토부에 보고했고, 국토부는 지난달 16일 제작결함조사를 지시했다. BMW 측의 자발적 리콜 발표는 열흘 뒤인 26일 있었다.

BMW 측은 2016년 차량 화재를 인지하고서 그동안 실험을 해오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단기간에 화재 사고가 빈발하자 최근에야 EGR 결함으로 결론이 났다는 태도다.

▲화재 난 BWM 차량의 EGR과 구멍 뚫린 흡기다기관.ⓒ연합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검토

국토부는 BMW 측의 늑장 리콜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제도 도입과 관련해 "아직"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가 피해가 확산하자 닷새 만에 태도를 바꾼 셈이다.

국토부는 BMW 화재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리콜제도를 손볼 계획이며 이달 중 법령 개정 등 방침을 정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해선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제조사가 고의·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6일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등이 자동차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제작 결함을 직접 조사하고 사고 차량을 임의로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이번 BMW 화재사고에서 개인 재산인 사고 차량이나 부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토부는 제조사가 결함을 은폐·축소할 때 과징금을 매기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늑장 리콜에 대해선 매출의 1%를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다. 은폐 등과 관련해선 지난해 현대자동차 내부고발처럼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 검찰 고발이 가능하지만, 과징금 부과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부족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인력도 확충한다. 국토부는 현재 13명인 조사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3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조사관 1인당 연간 조사 건수는 0.4건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4건으로 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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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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