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금고화 초래" 정의당·시민단체 한목소리 "자본금 확충과 규제 완화는 관계 없는 논리"케이뱅크·제3 인터넷은행 성공 의문 제기도
  • ▲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7일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뉴데일리
    ▲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7일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뉴데일리
    정부와 여당,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7일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공동주최하고 규제 완화가 재벌과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초래한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은행법에 따라 인가된 인터넷은행이 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본조달능력이 중요한데도 케뱅이 출범 1년 만에 자본확충이 어렵다는 것은 애초 인가과정에서 자본조달능력을 제대로 심사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재벌의 입김이 센 한국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풀고 점차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은 악화될 것"이라며 "신용창출기능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 사금고화 되는 경우 모든 피해는 중·서민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은 "금융권은 과당경쟁으로 인해 1년에도 수십 명의 직원들이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최근 서울시금고 쟁탈 과정에서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신한은행이 시금고를 탈환했다. 자본의 힘에 좌지우지 되는 금융산업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에 막혀 자본확충뿐만 아니라 일자리창출과 중금리대출 모두 막혔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라며 "인터넷은행의 규제 완화는 재앙이고 재벌의 사금고만 이룰 뿐"이라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지난 2013년 터진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의견을 냈다.

    동양사태는 당시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매해 투자자들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피해를 본 사건이다.

    박상인 교수는 "한국 현실에선 사후적 규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동양증권이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었다면 동양사태가 특정 재벌의 몰락에서 끝나지 않고 금융위기를 야기했을 수 있다"며 "동양사태가 금산복합 출자구조의 문제점과 금산분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은산분리 규제가 없다면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산업자본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은행산업에 지배력 전이, 은행업을 이용한 제품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 은행과 제품 시장에서 다면 담합 가능성 증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금산분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되는 것과 수탁자인 고객의 이해와 총수일가의 이해 충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벌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매개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수행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달리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닌 가계신용대출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박 교수는 "카뱅 사례를 봐도 은산분리 규제는 인터넷은행의 성공과 무관하다. 핀테크 산업 육성이나 일자리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도 왜곡된 주장"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이 증가했고, 앞으로 관리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케뱅이나 제3의 인터넷은행 성공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며 "문 대통령은 정책 실패의 연장선에서 금융위원회 관련 관료들을 문책하고 케뱅에 대해선 타 은행과의 합병으로 문제를 정리했어야 했지만 금융위 관료를 중용하고 문제 해결을 미뤘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케뱅의 자본적정성이 적기시정조치가 예견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감사원이 케뱅 인허가 비리 관련한 금융위 감사를 기각하면서 케뱅의 건전성 문제는 문 정부가 보증해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케이뱅크의 부실 가능성을 은폐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케이뱅크의 BIS자기자본비율이 기조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케뱅은 매 분기 약 190억원~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자기자본 역시 약 200억원의 감소 요인으로 발생한다"며 "BIS위험가중자산이 대략 1조1000억원 정도로 추가 증자가 없는 경우 BIS자기자본비율은 매 분기 최소 약 1.8%~1.9%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대주주 적격성 충족 문제도 지적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으며, 금융당국은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전 교수는 "우리은행이 케뱅의 최대주주로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3.78%를 보유 중이므로 케이뱅크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우리은행이 100% 소유하는 자은행으로 보유하는 것이 난잡한 상황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KT의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해지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는 서울시청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개최하고 1년 성과 및 혁신방향 논의했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보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인터넷은행과 함께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이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대응하면서 금융혁신을 속도감 있게 다루겠다"며 "금융산업의 진입규제를 완화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빅데이터 활성화 등 금융혁신과제를 보다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