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플라스틱 뚜껑 버젓이… 모호한 가이드라인에 생겨나는 '꼼수' 막아야
  • ▲ 서울 용산구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부 모습. ⓒ뉴데일리경제
    ▲ 서울 용산구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부 모습. ⓒ뉴데일리경제
    정부가 일회용컵 규제를 시행한 지 딱 2주가 됐다. 취지는 완벽했다. 플라스틱 컵에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자. 하지만 늘 그렇듯 누군가의 탁상공론은 현장과 엇박자를 냈다.

    지난 2주간 커피전문점을 방문하면 자연스레 직원의 "드시고 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과 맞닥뜨려야 했다.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많았지만, 환경부와 커피 프랜차이즈 등의 노력으로 일회용컵 규제 홍보가 진행되며 규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비자들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장면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점심 시간대, 서울시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 음료를 시키자 남아있는 유리컵이 없다며 종이컵으로 제공해도 될지를 물어왔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던 종이컵에 차가운 음료가 담겨 나오자, 시간이 지날수록 컵이 눅눅해져갔다.

    일회용컵 규제가 플라스틱 컵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일회용컵 규제가 또 다른 일회용컵 사용을 만들어낸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일회용컵 규제에 플라스틱 빨대와, 플라스틱 종이컵 뚜껑이 포함되지 않는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번 일회용컵 규제는 7월 한달간 계도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그 계도기간은 편법을 만들어낼 시간을 주는데 불과한 것 아니었을까. 규제가 '꼼수'를 만들어낸 지금, 일회용컵 규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에서 규제 위반을 적발했을 경우, 과태료가 점포에 부과된다는 점도 비판 도마에 올랐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 입장에서는 제공 컵 종류를 강요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가지고 나가겠다' 던 고객이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셔도 매장을 나가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환경부 기준에 따르면 고객이 테이크아웃 의사를 밝혔는지가 단속 기준에 들어간다. 고객이 테이크아웃 의사를 밝혔으면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규제의 근본적 취지와 어긋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면 소비자에게 부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번 일회용컵 규제에 대해 취지에 공감하며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에 입을 모은다. 텀블러를 가져오는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등 업체 각자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일회용컵 규제를 인지하는 소비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카페에서 실시되는 일회용컵 규제,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한 것일까. 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일회용컵 규제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일회용컵 규제가 현실을 담기를 소망한다. 이번 일회용컵 규제가 보여주기 식 환경보호 캠페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실성을 반영한 규제 개선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