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규제완화 1호, 여당 반발로 '무산'
  • 문재인 대통령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규제개혁 법안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8월 국회가 빈손으로 끝나면서 쟁점 법안들은 9월 정기국회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일자리 참사, 소득격차 확대 속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난망하게 됐다. 

    국회는 8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0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투자를 허용하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비롯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규제프리존 등의 처리를 실패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에 막혀 대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현행 4%로 제한된 ICT 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를 34%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통과를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동의를 얻지못해 당론조차 채택되지 않았다.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은행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공방만 오갔다. 

    논의가 지연되자 대기업 집단 배제를 법안에 명시하지 않는 대신 시행령 등 행정명령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제한할 기업 요건을 넣는 방안으로 절충안이 나왔다. 하지만 의견합의에서는 실패했다. 대기업 집단 배제를 법안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향후 정권에 따라 대기업 허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여당 내 은산분리 완화를 막아서는 강경파를 당 지도부가 설득하지 못한 셈이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처리가 무산되면서 규제개혁, 민생법안도 논의까지 뒷전으로 밀려났다.  

    부실 징후 기업의 워크아웃을 허용하는 구조조정촉진법은 지난 6월 법 효력이 끝나는 일몰법으로 일몰기한을 5년 연장하는 방안이 정무위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도산법과 법 체계가 충돌, 정부부처에서 이견이 많은 법"이라고 제동은 걸은 탓이다. 

    기촉법 일몰 연장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워크아웃은 불가능해졌다. 기업들이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한채 무더기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처리를 자신했던 상가임대차 보호법도 처리에 실패했다.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으로 여야가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한국당이 임대인에 세제혜택을 주자고 주장해 논의는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쳤다. 

    19대 국회부터 여야가 치열하게 격돌해온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은 논의도 하지 못한 채 8월 임시국회를 마무리지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31일 "여당이 스스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처리를 주문한 규제개혁 1호 법안인 은산분리 완화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이견으로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이 요청했고, 야당도 동의한 법안을 여당내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무산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