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손실 대우 824억·포스코 140억… '돈 먹는 하마' 전락대림·현산, 호텔 확장으로 '디벨로퍼' 역량 강화… 시너지 기대
  • ▲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 ⓒ대우건설
    ▲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 ⓒ대우건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보유한 호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이 각각 운영하는 인천 '쉐라톤호텔'과 대구 '호텔라온제나'의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대림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호텔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면서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17일 대우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송도호텔의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0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대우송도호텔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와 대우건설이 호텔사업을 목적으로 2007년 설립한 회사로 대우건설이 지분 100% 보유 중이다. 이듬해 미국 'SOMC(Sheraton Overseas Management Corporation)'와 호텔운영관리계약을 체결하고 2009년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대우송도호텔이 운영하는 쉐라톤 인천호텔은 연 5만3020㎡, 지하 2층~지상 22층, 321개 객실 규모의 특1급 호텔이지만 개장 이래 단 한 번도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고전 중이다.

    2016년 첫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이듬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여파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줄면서 다시 적자전환했고 올해도 부진을 이어갔다. 대우송도호텔의 2007년 설립 후 올 상반기까지 누적 순손실은 총 824억원에 달한다.

    지속된 손실 탓에 대우송도호텔의 부채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우송도호텔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888%로 전년대비 214%p 상승했고 올 상반기에는 1081%까지 치솟았다.

    대우건설은 2013년 당기순손실 7180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쉐라톤호텔을 매물로 내놨지만 인수 참여자와 가격 등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쉐라톤호텔 설립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비용을 떠안으면서 실적이 부진했다"며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며 적절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각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호텔라온제나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2015년 설립된 호텔라온제나는 3년째 영업적자에 시달리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 140억원을 돌파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호텔사업은 의도치 않았던 사업을 떠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대우건설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 시절 쉐라톤호텔을 시공한 후 운영했지만 금호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금융비용을 떠맡은 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현재 호텔을 운영 중인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경우 호텔사업을 대물로 떠안은 성격이 짙기 때문에 운영을 통한 장기 비전보다 빨리 매각하고 싶은 바람이 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텔라온제나의 경우 시공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을 수령하지 못한 대신 주식 총량인 10만주를 498억원에 취득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사대금을 운영수익으로 회수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포스코ENG은 지속된 손실 누적으로 포스코건설에 흡수합병되면서 호텔라온제나의 운영은 자연스럽게 포스코건설이 떠맡게 됐다. 이후 호텔라온제나의 대표이사만 세 번 교체되는 등 내부적으로 혼선을 빚는 모습도 보였다.

    포스코건설 측은 "아직 호텔 매각 의사는 없다"며 "호텔이 대구 지역에 있어 철저한 시장조사와 상품개발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파크하얏트서울' 전경. ⓒHDC현대산업개발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파크하얏트서울' 전경. ⓒHDC현대산업개발
    반면 대림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호텔사업을 적극 확장하며 부동산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100% 자회사 오라관광을 통해 호텔사업을 진행중이다. 오라관광은 2011년까지 매출 300억~400억원대에 그치는 등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지만 대림산업이 자체 개발한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를 통해 영역을 확장했다. 

    2014년 여의도 글래드호텔을 시작으로 △2015년 메종글래드 제주 △2016년 글래드 라이브 강남 △2017년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2018년 글래드 마포 등을 차례로 오픈했다.

    이 기간 오라관광의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글래드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2014년 매출은 6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906억원을 기록하면서 대림그룹이 추진하는 사업다각화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특히 오라관광은 올 초 대림그룹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에 따라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370억원의 운영자금까지 확보한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호텔을 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라관광의 운영 노하우를 빌려 체계적으로 관리해 차별화된 신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도 100% 자회사 호텔HDC를 통해 호텔사업을 체계적으로 운영 중이다.

    호텔HDC가 현재 운영 중인 호텔은 '파크 하얏트서울호텔', '파크 하얏트부산호텔' 등 두 곳 뿐이지만 지난 6월 KT에스테이트·하얏트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들어설 '안다즈 강남' 개발을 위한 위탁 경영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안다즈는 하얏트 그룹의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로 아시아 주요 국제도시인 중국 상하이와 싱가포르 등에 지점이 있다. 국내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열게 되며 내년 말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호텔사업의 최근 실적이 주춤하지만 기존 건설사업과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역량을 집결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