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新기업문화 발표하며‘퀀텀점프’… 2002년 제주선언서 시작산림녹화사업으로 대북지원 가시화… 신체제 도래 임박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관한 관계사 CEO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SK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관한 관계사 CEO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SK
    SK그룹이 고유의 기업문화인 ‘따로 또 같이’의 새로운 영역 창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경협 기대감과 사회적가치를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 4.0’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따로 또 같이’의 시작은 지난 2002년 제주선언부터다. 관계사들은 독립경영을 실시하고, 그룹은 각사의 경영판단을 돕기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 등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최 회장의 이 시도는 후일 ‘따로 또 같이 1.0’으로 명명됐다. 5년 후 2007년에는 지주사 체제 전환과 내수기업 이미지를 수출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2.0 체제’가 출범했다. 이때부터 SK그룹의 수출규모는 크게 증가해 2007년 20조원에서 지난해 7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규모 572조원의 약 13%를 SK그룹이 담당한 셈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집단지성체제’로 SK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 구축으로 관계사가 아닌 지주사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또 한번 변화를 위한 ‘따로 또 같이 3.0’을 발표했다. 수펙스 산하 7개 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담당 인력을 소수 정예화한 것.

    이 시스템은 시행 3년차를 맞이하며, SK그룹을 경영방침으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모습이다. 관계사의 경영활동은 각사 이사회 체제에서 진행되고,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선 수펙스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관계사별로 업무가 중복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이슈는 서로 논의하며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다.

    재계는 SK그룹이 그간의 성공 내용을 토대로 ‘따로 또 같이 4.0’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심에는 남북경협과 사회적가치가 있다. 남북은 각국의 체제를 인정하는 동시에 경제협력을 꾀하고 있다. SK의 슬로건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SK는 북한에서 산림녹화사업과 교육과 관련된 협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임업을 통해 산림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 분야가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최태원 회장과 수펙스의 협의가 이뤄지면 큰 무리 없이 협력이 가능해서다.

    또 한국고등교육재단 등을 중심으로 수십년간 교육 사업에 힘써온 과정도 북한에서 해당 분야에 지원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게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대북 지원에 관해선 최태원 회장이 방북일정이 끝난 시점부터 관련된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비하는 입장이다”고 언급했다.

    사회적가치도 변곡점을 맞고 있다. 최근 SK그룹을 대표할 키워드는 사회적가치다. 최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항상 사회적가치를 추구해야 함을 강조한다. 경영성과와 함께 사회적가치를 추구해 영속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최 회장의 의중이다. 대북 사업과 함께 따로 또 같이 4.0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SK는 오는 17~19일 제주도에서 ‘CEO 세미나’를 연다. 매년 10월 최태원 회장의 주재로 열리는 이 세미나는 관계사별 경영성과 평가와 내년도 경영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다.

    최 회장은 앞서 관계사 CEO에게 각사별 사회적가치 창출방안을 보고하라는 숙제를 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경영전략 확인 보다 사회적가치에 관한 관계사의 맞춤전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표될 각사의 사회적가치 창출방안에 따라 SK 관계사의 향후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적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과 제도를 재구성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는 그간 기업문화 변화를 통해 수차례 퀀텀점프를 일궈냈다”며 “대북사업과 사회적가치라는 변곡점을 통해 또한번 성장의 틀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