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사 출범… 민자 10조 유치, 원전 4기 규모 총 4GW급 발전단지 추진
  • ▲ 새만금지역.ⓒ연합뉴스
    ▲ 새만금지역.ⓒ연합뉴스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새만금에 4GW급 태양광·해상풍력 발전단지 등 세계적 규모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새만금 매립·개발, 투자유치 등을 전담할 새만금개발공사(이하 공사)도 30일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메카로 만든다는 정부의 발표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사업은 기본적인 풍황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되는 등 타당성 검토나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이 추진된다는 지적이다.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는 이날 오전 전북 군산 유수지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해 관련 산업을 선점·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만금 내측에 태양광을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의 3GW급 발전단지(태양광 2.8GW·연료전지 0.1GW·해상풍력 0.1GW)를, 군산 인근 해역에 GW급 해상풍력단지를 각각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상태양광과 해상풍력 제조산업단지를 건설해 제조기업 유치와 배후 항만 구축도 추진한다.

    클러스터에는 국가종합실증연구단지와 해상풍력 핵심부품 성능평가센터, 인력양성센터 등 재생에너지 관련 연구인프라도 함께 구축할 예정이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새만금에서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첫 사업으로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발전단지 건설에 10조원쯤의 민간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연인원 200만명쯤의 건설인력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러스터 조성으로 앞으로 10년간 관련 기업 100개 유치, 일자리 10만개, 25조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 비전 선포식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비전 선포식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의 개막은 우리나라 관련 산업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정책을 가름하는 시금석"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생에너지는 국민 삶을 안전하게 하고 자연을 지키며 더불어 사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5%에 달하지만, 우리는 8% 수준으로 뒤처져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7년간 어려움을 딛고 이제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건설된다. 일부 용도 제한지역과 유휴지·바다 등을 활용한 야심 찬 계획으로, 전북도민의 숙원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새만금이 갈등을 딛고 화해와 번영의 상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내하고 기다려주신 도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 ▲ 3GW급 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계획.ⓒ새만금청
    ▲ 3GW급 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계획.ⓒ새만금청
    그러나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새만금 개발사업이 졸속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전북 군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새만금은 글로벌·첨단·농생명을 기반으로 하는 환서해 경제권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을 위해 새만금을 태양광발전 패널로 뒤덮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해 문 대통령은 '환서해경제권'의 전략 거점으로 새만금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했으나 개발계획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변경했다"며 "정부가 갑자기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조성한다는 것은 새만금 개발 속도전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도 정부가 애초 계획에 없던 재생에너지 단지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만금 내측에 조성되는 3GW급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방수제·저류지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연구용지와 국제협력용지 등에 들어서는 데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사업지역 중 소음·진동·고도제한 등이 있는 공항 인접 지역과 개발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한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관련 기본조사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장밋빛 청사진만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도의 설명으로는 군산 인근 해역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아직 풍황 조사조차 끝나지 않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해상풍력단지 발전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바람이 풍력발전을 위해 적합한지 등을 살피는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조사는 지난 6월 시작됐다. 2020년 5월까지 풍황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고 부연했다.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사업은 4조원의 민자를 유치해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첫 단추인 풍황 조사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이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금 조달계획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0조원의 민자를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혁신도시 맞춤형 종합발전계획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5일 2022년까지 10개 혁신도시의 발전방향을 담은 맞춤형 종합발전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전북지역은 농생명 융합산업을 특화해 발전하는 것으로 돼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고 농생명 융합분야 교육기관을 집중 유치하는 구상이다.

    태양광산업은 충북, 해상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는 울산 지역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게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 정책방향이다. 새만금이 재생에너지로 특화돼 육성되고 관련 산업이 집약된다면 이들 혁신도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 새만금개발공사 출범식.ⓒ연합뉴스
    ▲ 새만금개발공사 출범식.ⓒ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새만금 개발사업을 주도할 공사 출범식도 열렸다.

    새만금 현장 사옥에서 진행된 설립행사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이형규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 송하진 도지사,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공사는 지난 9월21일 설립등기를 하고 이달부터 내규 제정, 추가 직원(53명) 채용 등 관련 업무에 착수했다.

    공사는 새만금 공공주도 매립과 개발, 도시조성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투자유치와 관광·레저, 재생에너지 등의 사업을 펼치고, 그 수익을 재원 삼아 후속 매립을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새만금개발청이 같은 장소로 옮겨오면 각종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공사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현금 500억원과 현물 1조1000억원 등 1조1500억원을 출자했다. 특히 공유수면 매립면허권을 현물로 출자해 공유수면 활용을 위한 관계기관 동의 절차 없이 투자유치 등을 통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공공주도 매립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추가 출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새만금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국책사업"이라며 "임직원이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면 정부도 추가 출자, 사업 인허가 지원, 기반시설 조기 구축 등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