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주 52시간 도입 등 갖가지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막상 국내 건설현장은 관리직조차 뽑기 힘든 상황이다. 건설현장 기피로 인해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10명 가운데 6~7명은 외국인 노동자이고 대부분 불법 체류자로 알려져 있다.
한 아파트 현장의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내국인들은 철근 등 어려운 일을 기피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모든 현장이 올스톱된다"며 "미장, 타일, 페인트 등 하루 일당으로 수십만원씩 받는 기능공도 대부분 나이가 환갑을 넘은 어르신들 뿐"이라고 귀띔했다.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른바 '노가다' 불리는 건설업은 3D업종 중 하나로 열악한 처우와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지면서 기피업종으로 불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건설현장은 해마다 내국인력이 8만∼11만명 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건설근로자 수요가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139만1070명이지만 공급은 131만명으로 8만여명이 부족한 상황이다.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선 30% 가량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체류 외국인이 많은 탓에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건설업계에선 일용직 잡부의 경우 무려 60~7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로 보고 있다.
한편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연간 할당(쿼터)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외국인들의 건설업 고용을 엄격히 제한해서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비자)와 건설업 취업등록제(방문취업비자)를 통해야 한다. 이를 통과한 국내 체류 노동자는 각각 1만명, 5만5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건설현장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추산 17만여명이니 건설업의 불법 외국인력 규모는 10만명이 넘는 셈이다.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일용직의 경우 일일이 외국인 등록증을 체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교육 이수증을 검사하는 수준이다. 이수증은 4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받을 수 있고 한번 받으면 평생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용 안정성, 작업환경 개선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자리가 있어도 취업할 내국인 기능인력이 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 노동자 실상 등 현장 파악에 주력하고 관련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