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막강한 권력 잡아부당 반품 비율 살펴 보니… 일반 납품업체 대비 '6배' 높은 25%납품 업체 가격은 후려치고, 소비자 가격은 올리고… 생태계 교란도
  • ▲ 이마트 트레이더스딜 안내문.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이마트 트레이더스딜 안내문.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자체 브랜드, 이른바 'PB 상품(Private Brand products)'과 관련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채널'을 가진 유통사가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판매할 경우 판매권과 제조권을 한번에 가진 막강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PB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부터 제기돼왔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4개 대형 유통업체 중 PB 상품 하도급 거래를 하고 있는 GS리테일과 이마트 등 12개 회사들의 부당 반품 비율은 25%로 일반 원청 사업체보다 6배나 높았다.

    이는 일반 제조 하도급 분야의 부당 반품 비율(4.1%)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부당하게 PB 상품 생산 위탁을 취소한 혐의를 받은 업체도 16.7%로 1.7배 많았다.

    PB 하도급 거래규모는 지난해 총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하도급 업체 수는 2045개로 하도급 업체당 평균 거래규모는 연간 13억원에 이른다.

    유통업체별 거래규모는 GS리테일(1조5016억원), 이마트(6364억원), 롯데마트(2377억원), 홈플러스(1012억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거래하는 하도급 업체 수가 많은 유통업체는 이마트(449개)와 롯데마트(381개), 코레일유통(325개), 메가마트(292개), 홈플러스(196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전속거래를 하는 대기업, PB상품 하도급 거래를 하는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전속거래 강요행위, 경영정보 부당요구 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 이번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법 위반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분야에 대해서는 내년에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개 대형마트가 PB 제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대금을 깎아온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중기부가 2016~2017년 대형마트의 PB 상품 납품 거래를 살펴본 결과 유통사가 부당하게 납품대금을 깎은 경우가 864건에 액수는 9억6000만원에 달했다.

    PB상품은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의 대형 소매업체 측에서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만든 자체브랜드 제품을 말한다. 해당 점포에서만 판매된다는 것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제조업체의 브랜드(NB) 제품과 차이가 있다.

    국내 대형마트에 PB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다. 이후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현재는 저렴한 PB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급 PB브랜드까지 등장했다.

    과거에는 PB가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이 절약돼 제조사 제품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PB의 가격은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 두차례에 걸쳐 대형마트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1544개 PB 상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9개월 만에 5.2%인 81개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 기간 이마트는 조사대상 768개 상품 가운데 43개(5.6%)가 올랐으며, 롯데마트는 610개 가운데 25개(4.1%), 홈플러스는 166개 가운데 13개(7.6%)가 각각 인상됐다. 81개 인상 품목 중 식품류가 52개로 식품 이외 품목(29개)보다 더 가격이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PB에 대한 문제점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국내 유통업계 사이에서는 PB가 크게 성장할 경우 국내 제조업을 위축시키고 소수의 유통사가 판매와 제조를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 ▲ 롯데마트 '온리 프라이스' 전용 판매관.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롯데마트 '온리 프라이스' 전용 판매관.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한 국내 식품업체 관계자는 "PB가 지금처럼 활발해지기 전, PB에 대한 우려는 이미 크게 번져 있었다"라며 "소비자와 만나는 백화점, 마트 등을 가진 유통사가 제조까지 하게 되면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사가 제품을 만들고, 마트에서 가장 소비자에게 잘 보이는 매대에 진열하면 기본적으로 기대되는 매출은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다"며 "품질과 가격, 마케팅 등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갑자기 '낙하산' 제품이 굴러들어와 우위에 선 채 경쟁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제조 분야에서의 노하우가 많지 않다보니 하도급 업체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한 중소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를 해왔던 적이 없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는 다른 업체와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가격을 낮게 받으려면 유통사나 협력업체 둘 중 한명은 마진을 많이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힘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형 유통사와의 관계를 해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PB와 관련해 공정위가 처음으로 칼을 뽑고 나서면서, 향후 국내 유통업계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주목되는 모양새다.

    이동원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상대적으로 다른 거래 형태와 비교해 이들 분야(PB)에서 불공정행위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전속거래를 하는 대기업과 PB 상품 하도급 거래를 하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전속거래 강요와 경영정보 부당 요구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