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CC 및 인도네시아 석화단지 등 초대형 투자 이끌 적임자롯데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 톡톡… '중심축' 변화 관심 집중
  • ▲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롯데케미칼
    ▲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한층 젊어진 수장을 맞이하며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젊은 리더 중심의 세대교체를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 사업 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허수영 부회장의 뒤를 이어 신임 화학 BU장에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사장)를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 사장에는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19일부터 21일까지 지주 및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이 이뤄진지 불과 2년도 안돼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긴데 따른 것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1984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주로 생산 부서에서 일해왔지만 지난 2006년부터는 신규 사업을 맡아 진행하는 등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지난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석유회사 LC타이탄이다. 김 내정자는 LC타이탄 인수에 관여한 것은 물론 수장을 맡아 현지 증시 상장 및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도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LC타이탄은 김 내정자가 경영을 맡으면서 지난 2014년 167억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2015년 3276억원, 2016년 5059억원으로 크게 확대 됐다. 인수 당시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던 기업가치도 7년 만에 2.5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김 내정자의 역량이 '글로벌 롯데' 비전 달성에 적임자로 평가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그룹 내 주요 인수합병(M&A)을 도맡았던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는 롯데케미칼의 향후 사업 방향 및 그룹내 역할을 미리 내다볼 수 가늠자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룹은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화학사 도약을 도모하는 동시에 그룹의 확실한 현금창출원으로 육성해 '뉴롯데' 체제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화학기업 10위 진입을 위해 광폭행보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국내에서는 LG화학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20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미국화학학회 ACS가 발행하는 전문잡지 C&EN(Chemical & Engineering News)에 따르면 LG화학은 10위에 올라선데 반해 롯데케미칼은 아직 22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인도네시아 사업이 본격화되면 실적 및 사업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약 3조원이 투입된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4조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화학단지 건설에도 나섰다. 

    이를 비롯해 그룹에서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키로 하면서 국내 생산 설비 확대 및 해외 M&A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 내에서 롯데케미칼에 거는 기대감과 위상도 한층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은 설립 초기 그룹 내에서 환영받지 못한 기업이었다.  화학사업의 경우 식품·유통사업 기반의 성장한 롯데그룹 이미지와 맞지 않는데다 공해 및 사고 등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롯데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시절 숙원사업이던 국내 기간산업 진출을 위해 제철사업을 타진했지만, 국영기업을 고수한 정부 방침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롯데는 국내에서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식품 유통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한 이후 지난 1979년에 정부가 민영화키로 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을 인수하며 국내 기간산업에 진출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업계 2위 현대석유화학을 시작으로 케이피케미칼을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6위에서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룹 내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회사 설립 36년 만인 지난 2012년에서야 '롯데' 브랜드를 달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일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과거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의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그룹 내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잇따른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그룹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롯데그룹 내 롯데케미칼의 이익기여도는 2013년말 기준 22%에서 2017년 54%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업황까지 호황을 보이면서 3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 내부적으로 통보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이사회 등을 거친 후 그룹의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